최근 북한에서 밤에 인터넷 서핑을 통해 남북관계, 북미관계, 북한주민 생활 등에 대한 내용물을 검색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들 `서퍼(Surfer)`의 정체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북한지역의 IP(Internet Protocol) 6개가 검색사이트인 구글을 통해 이 방송의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시작했고 접속횟수가 점차 늘어 지난 6월에는 24번이나 방문했다.
RFA가 이 IP를 역추적해 알아낸 정보를 종합하면 이들은 늦은 밤 학교나 교육기관에서 북한에서는 금기시되는 `윈도XP`를 이용해 열람이나 검색이 금지된 정보를 검색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방문자는 대부분 오후 9시 이후에 접속해 북한이 자체개발해 배포한 운영체제 `붉은별` 대신 윈도우XP를 활용해 북한 주민과 관련된 내용, 이산가족 상봉, 남북·북미관계와 관련된 소식을 검색했다.
또 이 IP 주소 중 2개는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북한이 주로 사용하는 `net.kp`가 아니라 학교나 교육기관이 사용하는 `edu.kp`가 사용됐다.
북한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대남기구나 당 총정치국 정도이지만 최근에는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대 등에서도 학습을 목적으로 한 인터넷 사용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RFA는 한글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기록이 남아있는 점을 근거로 북한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이러한 활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일성대 등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지급받은 카드의 번호를 입력해야 하고 이 번호에 검색기록이 남기 때문에 단순한 호기심이나 개인적인 목적으로 검색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상황이나 IT인프라를 감안했을 때 서핑 주체가 북한주민일 개연성은 남아있다.
최근 평양에 종합지국을 개설한 AP통신은 지난달 25일 김일성 종합대학의 물리학도인 김남일(21)군을 소개하면서 "전세계 다른 젊은이들처럼 책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배우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전한 바 있다.
김군은 학교 컴퓨터 실습실에서 3∼4시간을 보내며 이메일을 쓰고 온라인으로 음악을 듣기도 한다고 했다.
북한의 IT 회사들은 중동의 은행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휴대전화용 애플리케이션 등을 개발할 정도로 기술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내 탈북자 단체들에 `국무총리실 초청장입니다` `여의도 모임에 초대합니다` 등의 제목으로 바이러스가 담긴 이메일을 보내는 북한의 최근 행태로 볼 때 호기심에서 정보를 검색해본다 하더라도 일상적인 정보 수집 활동으로 취급돼 단속에 걸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
한 탈북자는 2일 "작년부터 북한 IP가 탈북자 홈페이지에 접속한 흔적들이 발견됐다"며 "북한 당국은 체제선전이나 `전투`의 목적으로 관련 기술과 인력에 집중투자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호기심을 언제까지 통제할 수 있을지 주목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대남선전용 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에 1만여명의 팔로어를 두고 하루 5∼10개의 트윗을 보내면서도 단 4명만 팔로우(구독)하는 등 인터넷을 일방적인 선전도구로 주로 사용해왔다.
AP통신은 이러한 북한의 변화에 대해 전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과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면서도 이처럼 자체적으로 `조용한 디지털 혁명`을 겪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