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이브리드 카, 하이브리드 카메라, 하이브리드 공연 등 ‘하이브리드’가 주요한 소비 트렌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전적으로 하이브리드는 이질적인 요소가 서로 섞인 혼합, 혼성, 혼혈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최근에는 산업·사회·정치·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데까지 널리 확장되어 쓰인다.
왜 하이브리드가 인기를 끄는 것일까. 하이브리드는 단순한 물리적 결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요소가 만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생성되고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는 통합코드다.
다른 분야의 만남이 새로운 분야를 창출하고 소비자들은 진보된 경험과 향상된 가치를 얻는다.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에 열광하는 이유다.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지난 3월 아이패드2를 출시하는 자리에서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강조하였다. 애플은 IT시장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인문학을 가져와 하이브리드화함으로써 새로운 영역을 창조했다.
하이브리드 시장을 살펴보면 높은 연비와 친환경 콘셉트로 각광받는 하이브리드 카가 선두에 있다. 하이브리드 카는 가솔린을 이용한 내연기관(엔진)과 전기모터(배터리)를 함께 사용한다.
가솔린과 전기 하이브리드 엔진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 가솔린 차에 비해 연비가 높고 배출가스가 적어 미래 자동차 산업을 끌고 갈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차세대 디지털 카메라로 주목받는 하이브리드 디지털카메라도 DSLR의 성능과 콤팩트 카메라의 휴대성을 적절히 융합한 신개념 카메라다.
기존 DSLR카메라의 장점인 뛰어난 화질과 렌즈 교환성은 유지하면서도, 콤팩트 카메라의 장점인 미려한 디자인과 휴대성을 겸비했다.
미디어·통신 분야에서도 하이브리드가 대세다. 지난 10여년간 CP(Contents Provider)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던 실시간 방송의 시청행태가 바뀌고 있다.
고선명(HD) 채널이 장점인 기존 위성방송과 양방향·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지원하는 IPTV가 합쳐진 새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 IPTV 상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BT, AT&T 등 해외 주요 사업자들로부터 시작된 유료방송의 하이브리드화는 세계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하이브리드 TV ‘올레TV 스카이라이프(OTS)’를 내놓았다. OTS는 영국 시장조사업체 인포머텔레콤앤미디어가 주관하는 2011년 국제IPTV 산업 시상식에서 ‘최고 IP케이블&하이브리드 방송 및 스마트TV 서비스 부문’ 1위를 수상했다.
그렇다면 하이브리드의 성공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고객가치 극대화를 위한 발상의 전환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애플은 정체 국면이었던 휴대폰, PC 시장에서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문학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혁신적 가치를 제공하며 신 시장을 창출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과 고객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이종분야와 결합을 시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이종분야 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다. 하이브리드는 이종분야 간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기존 특정분야에서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반발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시장과 국가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더 큰 시장을 발굴하고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열린 사고와 협업이 필수적이다.
셋째, 하이브리드 활성화를 위한 제도 및 시장 환경 조성이다. 하이브리드는 기존 제도로는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
제도 미비가 하이브리드 시장 발전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하이브리드 상품에 대한 판단 근거는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아닌 소비자 편익이 최우선돼야 한다. 규제 보다는 시장 활성화를 고려하여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하이브리드는 시대를 통합하는 화두다. 글로벌 시장의 강자들은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는데 우리만 분야 간 갈등으로 뒤쳐져서는 안 된다. 하이브리드 시대에 걸맞은 열린 사고와 협업정신이 거듭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성욱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swkim@s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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