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편법 휴대폰 보조금 지급에 따른 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를 예고했다
2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이동통신사업자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조사 결과 불법·편법 휴대폰 보조금 지급이 많으면 현행법상 최고치 부과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조사결과를 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선 현행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고 말해 사상 최대 과징금 부과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업계 역시 지난 상반기 스마트폰 판매 경쟁으로 번호이동 가입자가 급증하는 등 시장이 과열돼 과징금도 지난 9월에 방통위가 부과한 203억원을 넘어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상 최대 과징금 규모에도 이통사들은 오히려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불·편법 보조금이 ‘올스톱’돼 마케팅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통위 “현행법상 최고치 부과 가능”=방통위는 결과에 따라 현행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단말기 보조금 불·편법 지급에 따른 과징금 추산 기준은 직전 연도 보조금 지급과 관련된 매출의 3% 이하로 규정돼 있다. 이 범위에서 약함·중대·매우중대 등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부과기준이 다르게 적용된다.
지난번 203억원은 ‘약함’의 부과기준율로 매겨졌기 때문에 동일사안 재발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부과기준율은 ‘매우 중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보조금 불·편법 지급 비율도 더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번의 두세 배 규모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방통위 개입이 싫지 않은 이통사=방통위가 벌이는 단말기 보조금 조사를 바라보는 이통사 속내는 예상과는 조금 다르다.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조금씩 더 보조금을 계속 높이는 ‘치킨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는데 조사가 들어오면 불·편법적 보조금이 중단된다.
SK텔레콤 모 지역본부 관계자는 “일단 조사가 시작되면 정책(단말기 보조금)이 쭉 빠지고, 출고가와 판매가 차액의 상한이 정해진다”며 “과징금이 적지 않지만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을 때는 한 번씩 조사가 들어와 주는 게 당분간의 마케팅비 절감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통사가 겁내는 것은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다. 조사 기간에 맞춰 이통 3사가 단말기 차액 상한에 ‘담합성 합의’를 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합의를 어기고 구두로 보조금 인상을 지시하는 이통사도 있다.
◇소비자 이익 실현 ‘미지수’=불·편법성 보조금에 대한 철퇴가 당장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단말기 월 할부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새로 구입 시 이전보다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통가에선 조사 시작 후 갤럭시S2의 월 할부금이 3000~4000원 뛰었다.
이창희 방통위 시장조사과장은 “이통사가 신규가입 고객에게 자시 이익 이상으로 단말기 보조금을 제공하게 되면 기존 가입자가 받는 서비스 몫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사는 보조금 조사가 시작되면 당장 판매가 줄 뿐 아니라 조사를 빌미로 ‘단말기 가격 하락’ 압력을 받아 불만이다. KT는 ‘페어 프라이스’제를 시행하며 아예 출고가에서 제조사 보조금을 없애겠다고 나섰다. 한 제조사 마케팅담당 임원은 “제조사도 경쟁을 하는데 폭리를 취하며 비싼 가격에 단말기를 출고할 리가 없지 않냐”며 “‘갑’인 이통사가 보조금 조사를 빌미로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2011년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추이(단위:만명)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