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기업 인력 채용에 떠는 중기들

[기자수첩] 대기업 인력 채용에 떠는 중기들

 “중소기업 개발 인력을 휩쓸어 버리니 대기업 경력직 충원 소식이 무섭습니다. 대기업의 대대적 인력 충원 뒤 중소기업들 분위기는 핵심 인력을 놓치고 폐허 분위기입니다.”

 어느 IT 중소기업 경영자의 하소연이다. 이 회사는 반도체 분야 국가 신성장동력 산업 중 하나인 시스템반도체 칩을 개발하며 관련 분야 대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등 활발히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한 대기업이 지난 상반기 R&D 인력을 대대적으로 충원하면서 핵심 개발팀 중 한 팀의 구성원 전원이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중소 벤처기업보다 대기업을 선호하는 국내 정서 때문에 인력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 쳐도, 기술 개발에서 협력해온 대기업이 특정 부문 인력 전원을 통째로 빼간 듯한 모습은 부정하기 힘들다.

 대기업 R&D 투자는 곧 인력 확대와 직결된다. 연구 인력 하나하나가 R&D 역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가장 중요한 부문이기에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R&D 역량은 늘 숙제다.

 문제는 최근 진행된 주요 대기업 R&D 인력 충원이 중소기업의 사업 기반을 흔드는 ‘폭탄’으로 작용한 점이다. 연구개발 인력을 자체 육성하고 인력·기술을 교류하는 것이 아닌, 중소기업의 전문인력을 마구잡이로 흡수한 일부 사례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대·중소 동반성장을 무색케 한다.

 대기업이 갖지 못한 특정 분야 기술과 사업 노하우를 보유한 유망 IT 중소기업이 많다. 대기업은 이들과 협력해 함께 시장을 발굴하고 중소기업의 자금·인력난 해결을 돕는다.

 최근 업계에는 협력사를 위한 기금 조성을 비롯해 삼성그룹의 MRO 사업 포기가 이슈다. 모두 중소 협력사들과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의 무차별적 인력 유입은 이런 노력을 무색케 만든다.

 자금 지원이 동반성장의 전부는 아니다. 중소기업의 인적 자원을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당연하다.

 배옥진 가전유통팀 기자witno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