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위치정보 수집과 관련해 논란을 빚었던 애플이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받았다. 애플의 위치정보 수집에 대해 과태료 부과 결정을 내린 것은 세계적으로 논란이 돼 온 애플의 위치정보 수집에 대해 위법성을 처음 판단한 사례다. 무단 위치정보 수집과 관련해서는 위법성 여부를 찾지 못했으나 10개월 동안 이용자의 동의 철회에도 일부 아이폰으로 위치정보를 수집한 사항이 위법으로 결론났다. 또 애플과 구글 모두 위치정보를 암호화하지 않고 저장한 행위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조치가 내려졌다. 애플과 구글이 개인을 식별할 정도로 위치정보를 몰래 수집했다는 의혹은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지만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아직 경찰 조사도 진행 중이어서 여전히 개인 위치정보 건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방통위도 이를 의식한 듯 법의 과태료 상한액을 높이고 위반 행위로 인한 피해 범위 등을 고려해 차등화된 처분이 가능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 보다 엄격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일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위치정보 보호 법규 위반 사업자 행정 처분에 관한 건’과 관련해 애플이 일부 기간 동안 무단으로 위치정보를 수집했다고 결론지었다. 아이폰 이용자가 설정 등을 통해 위치서비스를 끄고 동의철회를 했지만 아이폰 인근의 기지국과 와이파이 AP 위치를 위치정보 캐시에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 점은 현행법에 접촉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동성 있는 물건의 소유자의 동의 없이 위치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위치 정보법 제15조 1항’을 위반했다고 결의했다. ▶관련기사 3면
이에 앞서 방통위는 애플과 구글의 위치정보 수집 행태와 관련해 지난 4월 공식 질의서를 보내고 7월 이례적으로 미국 현지 본사까지 방문하는 등 법규 위반 여부를 심도 있게 조사했다. 석제범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정책국장은 “스마트폰 기지국과 와이파이 AP의 식별번호, 위도, 경도, 고도, 시간 등의 정보를 개인 식별하지 않는 형태로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일부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한 점은 현행법상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됐던 위치정보 캐시값 암호화와 관련해서는 사업자가 암호화 의무가 있는 지에 대해서 사전에 인지가 어려웠고 암호화 조치를 취할 계획임을 밝혀 시정명령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방통위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위치정보보호 법규 위반사업자에 대한 합리적인 제재가 가능도록 법규를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 법의 과태료 상한액을 높이고 위반행위로 인한 피해 범위 등을 고려해 차등화된 처분이 가능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한다. 위치정보사업 또는 위치기반서비스사업 관련 매출액이 없는 경우에도 위치정보보호 법규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처분이 가능하도록 정액 과징금을 도입할 예정이다.
산업계는 대체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행정 조치가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휴대단말기에 저장되는 위치정보 캐시값도 암호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선 우려했다. 따로 보관하지 않고 캐시에 잠시 저장했다가 삭제하는 위치정보도 암호화하는 것은 소규모 기업에겐 적잖은 부담이란 입장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