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정보 수집 `캐시 암호화` 초미의 관심사로

 애플과 구글의 스마트폰 위치정보 수집 논란과 관련해 서비스의 빠른 실행을 위해 임시로 보관하는 데이터베이스 캐시의 암호화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방통위는 이를 위법으로 규정한 반면에 산업계 일부에서는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과도한 규제는 곤란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단말기에 위치정보 암호화 미비=방통위는 애플과 구글이 수집한 위치정보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관리적 조치도 제대로 갖춰진 것으로 결론지었다. 다만 휴대단말기에 저장된 개인 위치정보 캐시값이 암호화되지 않은 것에는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애플은 10개월 가까이 캐시 정보가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단말기에 남았고, 위치정보 기능을 끈 상태에서도 관련 정보가 단말기와 서버 사이에서 교환됐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문제가 크다는 판단이다.

 방통위는 애플이 일부 이용자의 동의 철회에도 불구하고 위치정보를 수집한 행위에 대해선 과태로 300만원을 부과했다. 애플과 구글이 위치정보를 휴대폰 내에 암호화하지 않고 저장한 행위에 대해선 시정명령을 내리고 휴대단말기 내 위치정보 캐시에 대해 소프트웨어 암호화 기술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개인식별 가능 여부에 상관없이 휴대단말기 소유자 의지와 무관하게 관련 정보가 나간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조치 아닌가=처벌 수위를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애플코리아가 받은 과태료 300만원의 근거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위치정보법 15조이다. 시정명령은 ‘권한 없는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암호화·방화벽 등의 조치가 포함돼야 한다’는 위치정보법 16조에 의한 것이다. 16조를 어길 경우 허가 취소나 6개월 이하 영업정지, 관련 매출의 최대 3%에 이르는 과징금 등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과 구글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면 국내 사용자 불편이 막대하다. 이들은 위치정보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이 없어 과징금도 산정할 수 없다. 300만원의 과태료도 무의미한 수준이다.

 결국 실질적으로 정부가 애플·구글의 위법 행위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애플과 구글이 오픈마켓에서 위치기반 서비스 앱을 판매하며 수익을 얻는 만큼, 위치정보 서비스 매출 산정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석제범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국장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관계 법령을 해석했으나, 현행 법 체계 내에서 매출 기준 등의 확대 적용은 법리적으로 무리하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정액 과징금을 신설하고 과태료 상한액을 높이는 등 합리적 제재가 가능하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우려=관련 업계는 대체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판단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다만 휴대단말기에 저장되는 위치정보 캐시값을 암호화하려는 움직임에는 우려했다. 영구 보관이 아닌 효율적인 서비스를 위해 캐시에 잠시 저장했다가 삭제하는 위치정보조차 암호화하는 것은 소규모 신생 기업에는 적잖은 부담이라는 주장이다. LBS산업협의회 관계자는 “애플이 10개월간 위치정보를 암호화하지 않고 단말기에 보관하면서 자사 서버와 정보를 주고받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다만 암호화 등 기술적 조치를 해야 하는 정보의 범위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익 시온 대표는 “법률로 위치정보 관리에 관한 사항이 규정돼 있는 만큼 적절한 행정조치가 필요하다”며 “투명한 조치로 위치정보 비즈니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상무는 “안드로이드OS의 차기 버전부터 캐시 정보의 암호화가 적용되므로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