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범죄집단과 북한 컴퓨터 전문가들이 국내 인기 온라인 게임을 대상으로 한 불법 프로그램을 제작·배포, 그 수익금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국가정보원과 공조해 국내 유명 게임 오토프로그램을 불법 제작, 국내외 작업장에 유포한 일당 15명을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들은 국내 유명 게임사 패킷정보를 이용, 북한 출신 컴퓨터 전문가들과 공모해 오토프로그램(게임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제작한 뒤, 이를 국내외 게임작업장에 대량 공급하고 그 수익금을 나눠가졌다.
이 중 각각 중국과 한국에서 작업장을 운영하고 오토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공급한 총책인 이 모씨(40세, 남)과 박 모씨(43세, 남)를 포함한 5명을 구속하고 작업장 VPN 망과 IP를 공급한 김 모씨(37세, 남) 외 8명을 불구속했다. 현재 중국 체류 중인 피의자 김 모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소배 조치함은 물론이고 인터폴 공조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피의자들은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 지역과 랴오닝성 단둥지역에서 지난 2009년 6~7월께부터 본격적으로 북한 개발팀과 공모해 오토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북한 컴퓨터 전문가들을 정상적인 사업 파트너인양 초청 형식으로 중국으로 데려온 뒤 오토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렇게 제작된 오토프로그램은 국내외 작업장에 배포해 매월 사용료 명목으로 공급가 절반을 대가로 받아왔다. 이렇게 해서 피의자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1년 6개월 동안 64억원에 달한다고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번 사건으로 밝혀진 북한 컴퓨터 전문가들은 북한의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 산하 ‘릉라도정보쎈터’와 북한의 내각 직속 산하기업인 ‘조선콤퓨터쎈터(KCC)’에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는 표면상으로는 무역회사로 알려져 있으나 그 실체는 북한 김정일의 통치자금을 조성, 공급해온 소위 39호실의 산하기관이다. 또 내각 직속 산하기업인 조선콤퓨터쎈터는 북한 최고의 IT개발연구기관이다.
피의자들이 개발해 줄 것을 원하는 ‘게임’별로 개발팀을 구성해 오토프로그램을 제작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온라인게임들은 넥슨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엔씨소프트 리니지 등이 오토프로그램 제작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토프로그램 제작의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진 회사들은 자사의 서버 및 회원정보는 해킹당한 적이 없으며 보안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회사 측은 “오토프로그램 제작은 게임서버 해킹이 아닌 개인 컴퓨터 클라이언트 프로그램 조작으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번 발표에 나온 것처럼 게임사 패킷정보나 서버가 해킹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북한은 2006년부터 온라인게임 오토프로그램 제작이 돈이 된다고 판단,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개발을 진행해왔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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