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시가총액 86조 감소

 4일 국내 증시가 장 후반 급격한 하락세를 타면서 코스피지수 2000선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발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과 유럽 재정위기 우려 여진이 국내 금융시장을 다시 한번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사흘간 시가총액 감소액만 무려 86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날 미국시장이 오르고 이날 아시아시장이 대체로 상승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시장 투자자에게 충격이 더욱 컸다.

 4일 코스피는 0.91포인트(0.04%) 오른 2067.17로 출발해 47.79포인트(2.31%) 내린 2018.47로 마감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장후반 30포인트가 넘게 빠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시간 30분이었다. 장중 고가와 저가의 차이는 55.8포인트에 달했다. 코스피는 이날까지 불과 사흘 만에 153.84포인트나 빠졌다.

 강하게 상승을 시도하던 코스닥지수 역시 하락세로 반전했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5.50포인트(1.03%) 오른 537.41로 개장해 줄곧 상승 흐름을 이어가다 코스피와 함께 1시 40분께 하락 전환해 낙폭을 키우더니 결국 9.84포인트(1.85%) 내린 522.07에 마감했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가 전일보다 1만2000원(1.44%) 내리면서 82만1000원을 기록했고 삼성전기(-1.44%), 삼성SDI(-2.14%), LG전자(-5.06%), LG디스플레이(-3.61%), LG이노텍(-1.86%) 등 전기전자 업종이 대부분 하락했다.

 ‘차·화·정’으로 불리며 주식시장 상승을 이끌던 자동차·정유·화학주도 동반 하락했다. 다만 유가 하락과 소비 둔화 우려로 경기변동에 둔감한 KT, 게임주 등 내수업종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이날 외국인은 4438억원어치를 팔았다. 전날 순매도 규모인 7815억원보다는 적었지만 투자심리를 냉각시키에는 충분했다. 사흘간 외국인 매도 규모는 1조5963억원에 달했다. 본격적으로 국내 주식을 팔기 시작한 지난달 12일 이후 3조원 넘게 팔았다.

 일본 증시는 오히려 상승했다. 닛케이 225지수는 일본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화 값이 떨어지자 전날보다 22.04포인트(0.23%) 상승한 9659.18에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전날보다 5.56포인트(0.21%) 상승한 2684.04로 마쳤다. 대만 가권지수는 1.65%, 홍콩 항생지수는 0.52% 떨어졌다. 코스피는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의 이중침체 우려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투매 자제를 권고했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조정으로 인해 일시적으로나마 재정지출에 여유가 생겼고, 미국 여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경기둔화를 방치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들어 “위축됐던 미국 경기 역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증시 역시 회복세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