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BS금융지주 IT자회사인 BS정보시스템이 출범하면서 금융권 IT계열사도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됐다. 은행 중심 금융그룹 IT계열사만도 7개다. 이중 일부 기업은 첫발을 내디딘 지 20년이 지났다. 그만큼 몸집도 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양적 성장과 달리 금융 IT계열사는 여전히 경쟁력 부재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금융권 IT계열사에 새로운 위기가 다가왔다. 은행, 증권, 보험 등 모(母)그룹 금융계열사가 연이어 추진하던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이 완료되면서다. 마음 편하게 대규모 IT사업을 수주하던 환경은 이젠 먼 옛날얘기가 돼 버린 것이다. 이젠 금융 IT계열사도 생존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금융그룹 시너지 제고든 대외사업 수익창출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금융IT계열사의 경쟁력 부재=오랜 기간 금융권 IT계열사에 가장 많이 지적돼 온 것은 경쟁력 부재다. IT계열사 대부분은 자체 프로젝트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 금융계열사 IT사업이 발주되더라도 IT계열사는 관리만 한다. IT계열사는 사업 발주를 대행해주는 역할만 하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내부적으로 역량이 쌓일 수 없었다.
이러한 원인은 IT계열사의 태생적 한계다. 우리에프아이에스, 하나INS 등은 기존 금융회사 IT조직을 통합해 현 체제가 갖춰진 회사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IT계열사 대부분은 금융계열사와 같은 ‘한 식구’라는 생각이 강했다. 이들은 IT전문성을 강화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보다는 외부업체에 사업을 발주하는 ‘갑’ 역할만 수행해 왔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IT계열사 서비스에 금융계열사 불만만 커지게 됐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몇 년 전 우리에프아이에스 통합구매권과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무 등을 은행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또 우리은행 아웃소싱을 놓고 외부 업체인 한국IBM과 경쟁을 시키기도 했다. KB데이타시스템은 과거 당연히 사업자로 선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국민은행 IT사업 수주에 실패한 바 있다.
은행 IT기획팀 관계자는 “IT계열사 인력의 금융지식은 은행 직원보다, IT지식은 외부 IT서비스기업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IT시너지를 올려라=최근 들어 금융권 IT계열사도 서서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에 미흡했던 경쟁력을 강화시켜 당초 취지대로 금융그룹 IT시너지를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우리금융그룹 IT계열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다. 우리에프아이에스는 지난해 맥킨지컨설팅에서 새로운 비전과 역할을 수립했다.
이를 기반으로 우리에프아이에스는 성장전략 재정립을 위해 7개 혁신활동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전사 혁신을 추진했다. 또 단계적으로 우리금융그룹 계열 금융사 IT사업을 자체 수행해 나가기로 했다.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3월 IBM 글로벌 사업 수행 노하우와 지식을 전수받고 있다. 대외사업은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만 활용하기로 했다.
정구학 우리에프아이에스 부장은 “우리금융그룹 시너지를 제고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대외사업은 자체 경쟁력을 검증받고 수준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INS도 향후 추진전략을 대외사업 확대보다는 하나금융그룹 내 IT시너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재정립했다. 지난해 검토했던 중국 금융IT 시장 진출도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백지화했다. IBK시스템도 기업은행이 곧 2기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어서 이 사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KB데이타시스템도 분사된 KB카드 IT지원을 올해 최대 핵심사업으로 꼽았다. 신한데이타시스템 역시 지난해 AT커니에서 비전 수립 컨설팅을 받았다. 이 결과를 토대로 대외사업보다는 신한금융그룹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 사업전략을 새로 수립했다.
◇금융계열사와 명확한 IT거버넌스 확립해야=금융권 IT계열사의 많은 노력에도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금융계열사와 IT계열사 간 명확한 IT거버넌스 수립이다. 현재 일부 IT계열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주력 금융계열사와는 ‘갑’과 ‘을’ 관계로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적극적인 IT시너지 제고 방안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이를 제안하고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 또 전산장애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 IT계열사에 책임을 넘기는 사례도 많다. 보다 효율적으로 IT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명확한 IT거버넌스를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상시 소통 가능한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주사나 주력 금융계열사가 IT계열사의 전문성을 인정해줘야 한다. 그동안 IT계열사의 대표는 은행에서 퇴임한 임원이 잠시 거쳐 가는 자리로 인식돼왔다.
조봉한 하나INS 대표를 제외한 IT계열사 대표 대부분은 1~2년 단위로 바뀌었다. 그나마 최근 몇몇 IT계열사 대표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선임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광옥 IBK시스템 대표와 권숙교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다. 김 대표는 농협 CIO 출신으로 우리나라 은행 CIO 1세대다. 권 대표 역시 우리금융지주에서 IT기획을 담당했던 정통 금융IT 출신이다.
IT계열사 관계자는 “금융계열사와 IT자회사 간 책임과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갑을 관계로 업무처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금융그룹 CEO가 IT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낮은 IT자회사 위상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표>주요 금융권 IT계열사 현황
<자료: 각사 종합>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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