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조성 `국산화냐 조기도입이냐`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축하는 상용 해상풍력단지 사업을 놓고 지식경제부와 지방자치단체·산하 공기업의 의견이 팽팽하다. 지경부는 발전기와 증속기 등 핵심부품의 국산화가 해상풍력단지 조성의 선결조건이라는 반면, 제주도와 한국전력기술은 외산이라도 서둘러 구축해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입장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남 영광·부안 지역 해상에 100메가와트(MW)의 ‘해상풍력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는 지경부와 제주도·한국전력기술의 제주해상풍력단지 사업이 서로 다른 방향성으로 인해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해상풍력 국산화라는 명분을 앞세운 지경부와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강조하는 한국전력기술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대규 지경부 신재생에너지과장은 “해상풍력 1차 로드맵의 핵심은 풍력산업의 보급과 핵심부품의 100% 국산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 과장은 “처음으로 구축하는 해상풍력단지가 외산 장비로 구축될 경우 향후 진행될 2차 로드맵에서 국내 관련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은 당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이어 “검증이 되지 않은 외산장비로 해상풍력을 진행할 경우 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전력기술 관계자는 “청정에너지개발과 환경보전을 위해 지난해 12월 제주도와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며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라서 외산제품을 사용해서라도 그냥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중앙 정부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기술의 제주해상풍력은 지경부와는 별도로 제주시 한림읍에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지난 6월말을 전후해 제주도와 부지사용 계약을 앞두고 있었지만 최근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 한국전력기술의 해상풍력사업의 경우 마무리 작업 단계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허가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지경부가 영광 해상풍력사업을 진행하면서 산하 공기업인 한국전력기술에 일정 변경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영광 해상풍력단지 사업에 참여 중인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전력기술이 ‘국내 최초’ ‘국내 최대’라는 타이틀로 해상풍력 사업을 진행해 온 것과 관련 지경부가 불편한 심기를 가지고 있었다”며 “산하 공기업 입장에서 주무부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기술은 제주 사업이 국내 최초의 상용 해상풍력단지가 될 것이라며 부지사용 계약일에 맞춰 대대적인 홍보와 행사를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부 일정에 대한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으며 부지사용 계약과 함께 진행하려 했던 행사여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과장은 “민간 기업이 자기자본을 투입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막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며 막아서도 안 된다”며 “최근 민간 기업에 해상풍력사업의 100% 국산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목포대 손충렬 석좌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가 2012년부터 시행되는 상황에서 사업자는 해외기술을 끌어와 서둘러 사업을 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하지만 사업자들 상황 때문에 외산기술의 진입을 그대로 두면 국내 부품 중소기업들이 상당히 어렵게 되고 국내 해상풍력이 외국회사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사업자 자율성도 좋지만 장기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해상풍력기술은 지경부의 로드맵처럼 국산화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경부의 해상풍력 마스터플랜은 지난달 14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핵심사업자인 한국전력의 사장 공모가 겹치면서 9월초로 연기한 상태다.

 김동석·조정형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