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칭기즈칸을 동서양 교류의 물꼬를 튼 위대한 정복자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위대한 정복자이기에 앞서 위대한 CEO였다. 작은 부족에서 시작해 몽골족을 통합, 아시아를 정복하고, 유럽까지 진출해 대제국을 건설했으니 요즘으로 치면 벤처기업이 대박 난 셈이다.
몽골제국을 벤처 성공사례에 포함한다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사례는 비교하기 조차 민망하다.
칭기즈칸의 성공 요인 중 핵심은 용인술이다. 글조차 읽을 수 없던 그가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최대한의 능력을 끌어내는데 능숙했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인재는 적장 출신이라도 믿고 요직을 맡겼다.
부품업계에는 벤처에서 시작해 수 백원대 매출의 회사로 성장시킨 CEO들을 의외로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회사들의 특징은 사장이 연구개발부터 생산·영업까지 직접 꼼꼼하게 챙긴다는 점이다. 그러나 매출 규모가 커지고 직원 수가 늘어나면, 이런 사업 모델은 대부분 한계에 봉착한다. 관리의 공백이 생기고, 그동안 CEO가 몰랐던 문제점들이 하나 둘씩 불거지기 시작한다.
벤처 기업 시절에는 승승장구하다가 중견기업 문턱에서 주저앉는 부품업체 대부분이 이런 사례에 포함된다. 일전에 부품소재 CEO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강연자가 설문조사를 했는데, 참가자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은 게 바로 ‘우리 회사에는 인재가 없다’는 답변이었다. 기자도 부품업체 사장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하소연 중 하나가 ‘중소기업에는 인재가 없다’는 말이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인력 사정이 척박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사장이 부하를 믿지 않고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면, 중간 관리자는 주눅들어 눈치만 살피게 된다. 중간 관리자가 부실한 회사가 규모를 키우면 당연히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인재가 없다고 한탄하기에 앞서 내가 이런 CEO는 아닐까 스스로 반문해보면 어떨까.
이형수 부품소재팀 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