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일 방송통신위원회 차세대방송 PM
미디어 환경에 3차원(D)·울트라고선명(UHD)TV, 스마트TV, 스마트폰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향상되고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미디어와 방송통신 융합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 민간 방송·통신 분야 원천기술력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 2009년 964억달러 규모인 세계 디지털(D)TV 시장에서 점유율 344억달러(35.7%)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에는 휴대단말기 분야에서 북미시장 1위를 달성했다. 지상파DMB 단말기는 4000만대 넘게 보급됐다. 강력한 미디어 인프라 기반을 갖췄다. 영상 압축 표준 ‘MPEG’ 분야 특허료는 세계 2위, H.264 표준도 미국 특허료 기준으로 상위권이다.
반면에 고부가가치 콘텐츠 분야에서는 방송콘텐츠시장이 344억달러(세계 8위)로 세계시장의 2.4%, 방송장비산업의 국내 생산규모는 2008년 6억3000만달러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1.1%에 불과했다. 2009년 조사한 기술수준 역시 선진국과 비교해 이동통신 85.4%, 디지털방송 86.7%였다. 아직 세계 최고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융합 환경에서 방송·통신을 이원적으로 구분해 미디어산업 발전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DTV 및 DMB 단말기가 보급 됐지만 전용 콘텐츠 개발과 양방향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탓이 크다.
민간 기술력 분야의 세계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취약 분야를 발전시키려면 정부의 연구개발(R&D) 추진 방향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최근 국가 과학기술에 관한 종합전략인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데 25조엔을 투입, 제4기 기본계획(2011~2015년)을 진행하고 있다. 공무원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체계적인 조직을 짰다. 주요 정책 예산과 인력 배분을 결정해 융합기술 5단계 발전모델과 4대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포스트에 따르면 중국도 1988년 ‘과학기술은 제1 생산력’이라는 과학계의 부흥 선포 이후 논문이 1998년 2만건, 2008년 11만2000건을 쏟아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수치다. 일본·영국·독일을 제쳤다.
유럽연합(EU)은 연구원을 위한 과학기술 국제협력 기회를 확대하는 연구 및 기술개발을 위한 제7차 프레임워크 프로그램(FP7, 2007~2013)으로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정책적으로 돕는다. 제3국의 전략적 파트너와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도록 수준 높은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도 각 부처로 분산된 IT전략을 조율할 추진체계가 지난 4월 출범했다. 그보다 앞서 제1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는 지난해 5월 ‘10대 미래서비스 전략을 발표했다. 6개 분야 10개의 IT 미래서비스에 대한 비전과 목표 및 전략을 제시했다. 제2기 방통위에서는 R&D 진흥정책에 더욱 치중할 것을 밝혔다.
차세대방송 분야에서는 고화질 실감 콘텐츠 서비스, 무안경식 3D·UHDTV 방송, 방통융합을 통한 개방형 DMB 양방향 서비스의 기술개발, DMB 방송망과 이동통신망을 동시에 이용하는 정보 서비스를 구축한다. 궁극적으로 지상파·위성·와이브로망을 연계한 양방향 방송 환경을 구축하고 최고의 스마트 디지털 실감·양방향 방송 서비스 실현 및 기술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방송 서비스 조기 도입으로 고급 DTV 수상기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 방송장비 선진화, 신규 방송장비 시장 창출을 위한 차세대방송장비 인증인프라도 조성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지상파 방송을 통해 초고선명(FHD) 3DTV 실험방송을 시작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1월 열린 G20 회의에서 6㎒ 대역폭 지상파로 실제 3D 방송을 세계 정상들에게 소개했다.
더불어 지상파 양안식 3DTV 방송시스템 기술개발 및 표준화와 3D HDTV를 위한 고효율 전송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무안경 다시점 3D 지원 UHDTV 방송 기술 개발을 시작한다. 3D 콘텐츠 시장 창출 및 기술개발, 3DTV 방송장비시장 선점 및 수출 가능성을 높이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현행 DMB 보다 콘텐츠를 더 많이 보낼 수 있고 다양한 부가 서비스가 가능한 AT-DMB의 상용화 테스트를 하고 있다. 모바일 방송 시장을 위해 와이브로 연계 서비스 모델도 연구하고 있다. 스마트 모바일 하이브리드 DMB 방송 기술 개발로 시청자가 DMB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제작·유통·판매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전원을 켜지 않은 상황에서 휴대단말을 통해 재난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자동인지 T-DMB 재난방송 서비스 기술도 선보여 국민의 안전한 삶을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제2기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은 R&D 투자 확대와 차세대방송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DTV·3DTV·와이브로·DMB 등의 원천기술과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미디어융합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