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신용강등 쇼크]산업계, 우려속 `상황 예의주시`…대응방안 수립 목소리도

 “연초 예상과는 상황이 바뀌었다. 조만간 대응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다.”

 산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 말이다. 대기업의 현 분위기이기도 하다.

 산업계는 현재 대외적으로 ‘특별한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일부에서는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상반기 수출 호조 등 실적 개선은 갑작스런 위기에 따른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겪어낸 경험도 자신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LG전자 등 대표 IT기업은 당장 투자계획 변경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23조원에 달하는 신규 설비 투자를 예정대로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대해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수준”이라며 “실물경제까지 영향이 내려오지 않았고, 3분기에도 글로벌 경제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세워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는 예정대로 한다는 기조”라고 설명했다.

 LG전자 또한 4조8000억원 신규 투자를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위기 발원지인 북미와 유럽 소비 시장 침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기아차도 브라질공장, 베이징현대 3공장 등이 착공에 들어갔고, 자금 조달도 대부분 마쳐 공장 건설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과 미국이 주요 시장인 현대차는 현지 동향 및 경제 지표 모니터링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는 경기침체가 심화할 경우 자동차 등 철강 수요산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긴장하는 모습이다.

 주요 기업 가운데 가장 긴장하는 곳은 대형 인수합병(M&A)을 앞두고 있는 곳들이다. 이들은 당장 자금조달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M&A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SK그룹은 자금조달에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STX와 하이닉스 인수전과 관련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SK텔레콤 내부 유보금이 충분해 조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개월 단기 경영계획을 세워 대응하고 있다. 환율·유가 등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연간 단위 경영계획으로는 대응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STX도 자금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금조달 계획은 현재 카운터파트와 얘기가 잘되고 있다”면서 인수계획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STX는 증시 급락 등 세계경제가 급격히 어려워지고 있으나, 사태가 IMF나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이전 금융위기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통운 인수에 나선 CJ그룹도 금융위기 재연 등 최악 상황을 고려한 만큼 인수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수자금으로 2조100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자재 수입이 중요한 계열사 주가 폭락 여파로 주가 및 환율 동향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공격적 M&A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롯데그룹도 향후 M&A 행보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는 상대적으로 현금성 자산이 풍부해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