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업계 미국 수출 `초비상`

 미국 금융위기로 휴대폰 업계에 수출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전자·팬택 등 국내 업체가 전략 스마트폰 미국 시장 출시를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우려된다. 반도체·LCD 등이 부진한 가운데 지난달 정보기술(IT) 부문 수출 1위를 기록한 휴대폰마저 판로가 막히면 IT 무역수지 악화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미국 시장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를 출시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 미국에 본격 시판하면서 3분기 텐밀리언셀러(1000만대 판매) 목표치를 달성한다는 내부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하지만 미국 금융위기 악재가 터지면서 소비심리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 미국 이동통신사업자들이 휴대폰 판매 장려금을 크게 줄인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1% 안팎의 근소한 시장 점유율 차이로 애플에 이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3분기 갤럭시S2가 미국에 출시되는 것을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때마침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갤럭시S2 미국 마케팅에 차질이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이통사들이 판매장려금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없지만 소비 심리 위축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략 스마트폰 물량 공세를 앞둔 LG전자와 팬택도 사정은 비슷하다.

 LG전자는 ‘프라다 스마트폰’ 등 5종 이상 스마트폰을 하반기 북미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고가에서 중저가 제품을 대거 쏟아내며 3분기 턴어라운드에 총력을 펼친다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LG전자는 올해 초 연간 스마트폰 판매목표치 3000만대를 최근 2400만대로 하향조정한 상태다. 미국 금융위기가 이마저 끌어내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경제위기로 휴대폰 업계 전체가 소비 위축 영향을 받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환율 및 원자재가격 변동에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경영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르면 이달 말 롱텀에벌루션(LTE) 스마트폰을 미국에 출시키로 한 팬택도 마케팅 차질이 예상된다. 팬택 관계자는 “LTE폰을 출시할 버라이즌이 전략적으로 LTE폰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어서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상황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환율 급등으로 수출 물량이 줄더라도 수출액 감소는 상쇄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없지 않다. 휴대폰업체 한 임원은 “환율이 올라가면서 원화 기준 환산 매출액은 훨씬 올라간다”며 “수직계열화로 부품 수입을 줄인 기업의 수익률은 오히려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지영·김인순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