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IT기업이 석유 공룡을 눌렀다.
10일 블룸버그·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애플의 시가총액이 장중 한때 세계 최대 석유회사 엑슨모빌을 제쳤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9일(현지시각) 애플 시가총액은 3430억달러까지 올랐고, 엑슨은 3340억달러 떨어져 장중 한 때기는 했지만 애플이 시총 1위를 기업으로 등극했다.
장 마감 때는 엑슨이 다시 1위를 탈환했지만, 두 회사 시가총액 차이는 15억8000만달러에 불과해 애플이 엑슨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나왔다.
1993년까지만 해도 애플의 시가총액은 39억달러로, 미국 내 2위였던 엑슨(780억달러)의 20분의 1에 불과했다. PC사업자 중에서도 약체였던 애플이 단기간에 부동의 1위 엑슨과 비견할 만한 가치를 인정받게 된 핵심은 수익성과 미래비전으로 풀이된다.
WSJ가 지난 1년간 두 기업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애플 매출은 1000억달러로 엑슨 3928억달러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순이익은 애플이 236억달러, 엑슨은 379억달러로 이익률을 비교하면 애플이 2배 이상 높다.
미래 비전 역시 애플은 명확한 반면에 엑슨은 뚜렷하지 못하다. 애플은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 82%, 영업이익 125% 급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에만 세계적으로 2034만대가 팔린 아이폰과 925만대가 팔린 아이패드의 영향 때문이었다.
올가을 출시할 아이폰5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은 3분기에도 애플 실적 호조를 장담하고 있다. 톰슨 로이터는 최근 조사에서 애플 3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82% 이상 늘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이 IT와 아이디어를 무기로 시장을 개척하며 가치를 높여간 반면에 엑슨은 천연자원에만 의존한 것이 한계가 됐다. 2분기 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호전됐지만, 이는 유가 급등에 힘입은 것으로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채무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제 유가가 80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하락한 것도 엑슨의 미래 가치를 저평가하는 요인이다.
필립 바이스 아거스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석유 자원 의존도가 늘고 있고, 국제 유가가 하락한 것이 엑슨이 하락하게 된 두 가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작년 4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으며 IT기업 중 시장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이 됐다. 2분기 실적발표 후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에서 엑슨과 500억달러 차이 나는 2위를 유지해왔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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