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오션포럼] 스마트 그리드, 무엇이 혁명인가

윤용태
윤용태

 올해도 무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해 전력예비율이 위험선까지 올라갔다. 이에 정부가 절전을 호소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원가 이하인 전기요금을 4.9% 인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반복적이고 고질적인 전력 전반의 문제에 스마트그리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스마트그리드가 처음 소개될 때 ‘에너지 혁명’ ‘제4 혁명’ ‘제2 전기혁명’ 등으로 회자됐다. 그런데 지금 스마트그리드가 ‘혁명’이나 ‘진화’인지, 많은 사람이 같은 이해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혁명은 권력 구조의 전도, 결정권의 이동과 같은 헤게모니의 변화를 일으킨다. 전력 시스템이 해야 하는 가장 큰 책무는 공급과 수요의 균형 유지다. 현재 전력 시스템에서는 ‘계통 운영자’라는 중앙기구가 공급량이 수요에 맞도록 제어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유지한다. ‘스마트그리드를 혁명적 체계 변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중앙통제 없이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 부하, 전송 등 여러 구성 요소가 능동적으로 반응할 경우다. 그런데 왜 기존 중앙 집중 제어방식 시스템을 타파해야 하는 것인지, 또 그것이 언제 필요하고 언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

 지금 사람들이 스마트그리드에서 기대하는 것은 공급망 효율 개선과 그로 인한 에너지 손실절감, 신재생 발전량 증대, 수요 피크치 억제와 같은 소비 효율화다. 먼저 공급망 효율 개선은 인프라 갱신(업그레이드)을 통해 송변전·배전 손실을 줄이고, 세분화된 감시를 통해 정전율을 낮추는 것이다. 대규모 집중 투자로 인한 규모의 경제와 정해진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이 가져다주는 결과는 싼 전력 가격이다.

 말은 “스마트그리드를 표방하고 분산 제어를 하겠다”고 하지만, 더 많은 정보를 취득해 세부적인 제어를 하려는 것은 기존 통제 체계를 강화하거나 수행 위치를 변경하는 데 불과하다. 권력의 변화는 아니다.

 직접 부하제어, 시간대 차등요금제 등 가변 요금제도 전력 회사나 정부 규제 기관의 사전 결정에 의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것은 통제 형태의 분화이지 결정권의 분산이나 이동은 거의 없다.

 기존 통제 체계 하에서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거나 세부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시스템 제어를 정교하게 하는 시스템을 ‘스마트그리드’라고 명명할 수는 있다. 그러면 도대체 스마트그리드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 중 어떤 일이 체제의 변화를 가져오는가.

 가격 결정권이나 수요공급 조절 등과 같은 권한의 이동이 일어난다면 혁명적 변화가 오는지에 대한 예측이나 논의는 없어 보인다. 공급과 수요 상황의 결과를 반영해 결정하는 사후 정산 실시간 요금제가 가장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실시간으로 사후 정산되는 가격은 현재 전력 시스템의 상황을 나타내므로 공급자와 수용자 등 모든 참여자의 대처와 판단이 연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때문에 재정적 위험 부담이 전체로 분산돼 각 참여자의 요금에 대한 반발이 최소화된다.

 그러나 사후 정산 실시간 요금제를 대규모로 구현하는 게 어렵다. 현 시점에서는 기술과 법·제도적 장벽 때문에 거의 실현하지 못할 처지다.

 현재 행해지는 여러 노력은 문제를 일부 완화시키거나 심각성을 시간적으로 연기하는 정도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어떠한 운영 방식이나 제도나 요금인상 등 그 무엇이든 중앙 집중적으로 결정해 하향 전달되는 것은 위험 요인의 집중이 불가피하다. 참여자의 반발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윤용태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 ytyoon@ee.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