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휘발유 수입규제 완화

 정부가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수입 규제를 완화하는 초강수를 둔다.

 11일 지식경제부와 환경부는 석유제품 수입이 원활하도록 성능 및 환경 기준을 낮추고 수입업체 등록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품질 기준이 너무 높아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가까운 일본의 값싼 석유제품을 들여와 국내 제품가격을 낮추려는 의도다. 일본을 선택한 것도 유럽이나 미국은 원거리라 운송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우선 품질 기준을 일본 수준과 맞추기 위해 산소 함량 등을 낮춘 기름으로 자동차 배출가스를 측정,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지경부는 성능 기준 조정에 따른 영향을 평가 중이다.

 석유수입업체의 등록기준도 완화한다.

 현재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을 보면 석유 수출입업자의 경우 40일분을 의무적으로 비축해야 하고 저장시설도 45일분이나 7500㎘ 중 많은 것을 두도록 하고 있다. 지경부는 의무 비축 일수나 저장 시설 등을 축소해 수출입업자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품질 기준이 일본이나 EU 등과 비교했을 때 환경과 무관한데도 과도하게 설정된 부분을 수정하는 것”이라며 “다음주 중 완화된 품질 및 등록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일본산 석유제품 물량이 당장 크게 늘어나지는 않지만 수출입업자 등록기준 완화로 서서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중은 얼마 되지 않지만 저렴한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기존 정유사 판매가격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정부와 수출입업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수출입업체 한 관계자는 “일본산 제품이 늘 싼건 아니지만 국내 제품보다 저렴할 때 들여오고 있다”며 “값싼 제품이 시장에 유입되면 기존 정유사들이 가격 인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이미 석유제품 수출입업자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규제를 풀어주는 건 너무한 처사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원료인 원유와 완제품인 휘발유, 경유의 수입 관세가 3%로 같다. 국내에서 제조하는 업체와 단순 수입 판매하는 업체들이 같은 관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전략물자인 석유제품의 의무비축일도 단순 수출입업자는 45일인데 반해 정유사는 60일이다. 저장 설비에 드는 비용 부담이 훨씬 크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경제성장을 이끌고 제조업으로 고용을 창출하는 정유사보다 단순 수출입업자에게 되레 특혜를 주고 있다”며 “이는 분명한 역차별”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품질기준이 낮아지면 정유사들은 잉여 설비를 갖게 된다”며 “국부 차원에서 어떤 게 긍정적인가를 우선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