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스타트업이 희망이다’ 지면에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의 ‘스타트업 제언’을 10회에 걸쳐 싣습니다. 이 교수는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10가지 정책혁신을 제안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전국 300여개 창업 보육센터에 5000여개 새내기 벤처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들이 보육 후 졸업해 벤처빌딩으로 가려면 벤처인증이 필요하다. 창업벤처는 엔젤투자가 주된 자금원인데, 한국의 엔젤투자는 벤처기업에 한해 인정받는다. 그런데 많은 창업 벤처들은 벤처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엔젤투자가들이 사라진 이유 중 하나다. 벤처기업협회가 주도해 세계 최초의 벤처 특별법을 만든 정신은 기술 개발을 열심히 하는 창업 벤처의 지원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벤처 인증을 받는 시기는 창업 후 평균 8년으로 시장에서 이미 영업이 활성화된 성장 벤처들이다. 지원이 절실한 창업 벤처에는 벤처 인증이 안 된다는 패러독스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러한 제도가 만들어진 것인가.
특별법 제정 당시 벤처 인증은 연구개발 투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연구개발을 통해 핵심 역량을 확보한 벤처들이 기술 사업화에 성공하면 시장 개척에 돌입하게 된다. 시장 개척을 통해 해당 시장의 상위권에 올라서면 코스닥에 상장하게 된다. 이러한 3단계 벤처 발전 주기상 벤처 특별법에 의한 지원제도가 가장 필요한 단계는 초기 창업단계로 보고 연구개발 투자 등 핵심 역량 확보 노력을 벤처 인증 요건으로 설정했던 것이다.
2001년 미국의 IT버블이 붕괴하면서 한국의 벤처 버블도 동시에 꺼져 들어갔다. 여기저기서 마녀 사냥이 시작됐다. 이른바 ‘무늬만 벤처’를 없애기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 시장 중심적 제도라는 명목으로 벤처 인증도 연구개발이 아니라 영업 실적을 중심으로 개선(?)된 것이다. 지금 90% 이상 벤처가 벤처캐피털 투자 또는 기술신용보증을 통해 벤처 인증을 받고 있다. 이렇게 해서 무늬만 벤처는 줄었는지 모르나 창업 활성화는 확실하게 위축됐다. 2001년 1만1000개가 넘던 벤처는 2004년도에 8000개 미만으로 줄어들었고 스타 벤처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제 스마트와 소셜네트워크 붐에 기반을 둔 벤처 2.0 기회를 맞아 벤처 철학에 걸맞은 벤처 인증제도 복원이 시급하다. 벤처와 창업만이 한국의 성장과 고용을 이끌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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