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9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벌였다.
특히 매도 강도 면에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에 근접해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천77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화학(-425억원), 건설업(-308억원), 유통업(-305억원) 등에 집중됐다.
외국인 매물의 상당 부분은 현ㆍ선물 가격차인 베이시스 추이에 따라 자동으로 매매되는 프로그램 차익거래에서 쏟아졌다.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이날 3천76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3천345억원이나 된다.
시황 판단이 개입되는 일반 거래에서는 외국인이 매수세를 보였다는 추론이 가능하지만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섰다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가 약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되기 전에는 쉽사리 매수세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추락하기 시작한 지난 2일부터 집계된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은 모두 5조878억원을 순매도했다.
국적별로는 유럽계 자금이 주로 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11일 유럽계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3조4천174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외국인 순매도 규모의 71.04%에 달한다.
외국인 매도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외국인이 지난 2∼11일 보유 시가총액의 1.46%를 매도했다며 2008년 10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매도 규모인 1.8%에 근접한다고 분석했다.
만일 외국인이 당시와 같은 매도세를 보인다면 아직 1조5천억∼2조원의 매도 여력이 남아있는 셈이라고 이 연구원은 추산했다.
그는 "외국인 매도 규모가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외국인이 현재 위기를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와 비슷하게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보다 더 강한 매도세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관은 최근 주식시장 `구원투수` 역을 자임했으나 2천53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14거래일 연속 순매수 랠리를 펼친 연기금마저 867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개인은 4천91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나흘째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