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점유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RIM이 또 다른 일격을 맞았다.
미국 이동통신사업자 스프린트가 RIM의 태블릿 PC(스마트 패드)인 ‘플레이북’의 4G 모델을 자사 통신망을 통해 공급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다. 스프린트가 ‘플레이북’ 4G 모델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지난 12일자(현지 시각) 보도를 스프린트와 RIM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태블릿 PC 시장에 진출, 반전의 기회를 모색했던 RIM으로서는 치명타를 입은 셈이다.
원래 RIM과 스프린트는 올 여름 ‘플레이북’ 4G 모델을 스프린트 4세대 통신망인 ‘와이맥스’를 통해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와이어드’ 등 미 IT매체들은 RIM이 스프린트를 통해 ‘플레이북’을 공급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어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해 이번 사태를 어느 정도 예고했다. 불길한 징조는 이미 있었던 것이다.
스프린트의 ‘플레이북’ 불판매 방침으로 RIM은 곤궁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당초 RIM은 AT&T, 버라이즌, 스프린트 등 미국 이동통신 사업자 네트워크를 통해 ‘플레이북’ 4G 모델을 공급키로 했었다. 하지만 이들 사업자가 모두 ‘플레이북’의 공급에 난색을 표명하거나 아직도 공급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RIM과 통신사업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 RIM과 통신사업자간에 불협화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온다.
올초 RIM은 4세대 LTE망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버라이즌과 AT&T를 통해 ‘플레이북’ 4G 모델을 올 여름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올 4월 버라이즌은 ‘브렌다 레이니’ 대변인을 통해 “버라이즌이 ‘플레이북’의 가치 평가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며, 아직 ‘플레이북’의 공급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올여름 ‘플레이북’을 공급하겠다고 RIM측은 공언했으나 정작 버라이즌은 ‘판매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언급하는 불편한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AT&T와의 관계 역시 미심쩍다. AT&T는 RIM 블랙베리 사용자들을 위해 ‘플레이북’ 사용자들이 블랙베리의 e메일 계정과 일정 프로그램을 접속할 수 있도록 ‘브리지’ 프로그램(앱)을 제공한다고 했으나, RIM과 AT&T는 자사 앱스토어에서 이를 지원하는 ‘브릿지’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제공하지 못해 문제가 됐다.
스프린트와의 결별 이후 RIM은 또 다시 버라이즌, AT&T와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RIM 대변인 역시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LTE방식 4G 모델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비쳤다.(현재 LTE방식 통신망을 지원하는 사업자는 버라이즌과 AT&T이다. 스프린트는 ‘와이맥스‘를 지원한다)
하지만 만일 이들 통신 사업자마저 RIM의 플레이북을 외면한다면 RIM은 플레이북 ‘와이 파이’ 모델에만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과연 통신사업자들이 RIM의 뜻대로 움직여 줄지는 미지수다.
그렇지않아도 통신 사업자들은 현재 너무 많은 태블릿 PC들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지는 것에 대해 심한 부담감을 갖고 있다. 애플 ‘아이패드’, 모토로라 ‘줌’ 등 제품에 비해 ‘플레이북’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스프린트가 이번에 ‘플레이북’ 4G 모델의 공급에 난색을 표명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너무 많은 태블릿PC`가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는데 있다고 한다.
그만큼 태블릿 PC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의미다. 과열되고 있는 태블릿 PC시장에 편승하지못하면 도태되고 만다는 업체들의 초조함은 태블릿 PC 출시 열기에 더욱 불을 붙였다.
이래 저래 RIM은 곤궁한 처지에 놓여 있다. RIM이 과연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