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주민등록번호 대안으로 떠오른 아이핀(i-Pin)이 주민등록번호만큼이나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16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공공미디어연구소·진보네트워크센터 주최로 열린 `3천50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원인 및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아이핀도 주민등록번호에 기반한 시스템이어서 주민번호 수집 및 도용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핀을 개설할 때 자신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하고 휴대전화, 신용카드, 공인인증서 등의 본인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오 활동가의 주장이다.
아이핀을 발급하는 인증기관에서 보유한 개인정보 역시 유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며 특히 인증기관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더 큰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아이핀을 도입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이핀 사용자가 아직 360만명에 불과할 만큼 아이핀 인증 방식이 불편하다는 점도 아이핀 도입 확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오 활동가는 아이핀 확대보다는 인터넷 실명제 폐지, 주민번호 수집 금지, 유출된 주민번호 재발급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우선 민간 영역에서 주민번호 수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공공영역에서도 특정 목적에 한정해 제한적으로만 수집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실명제와 함께 기업들의 주민번호 수집을 부추기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이 선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미 유출된 주민번호 도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출 피해자에게는 자신의 주민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탈북자 등 주민번호를 변경한 사례가 이미 있어 주민번호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이로 인한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 국민의 주민번호가 유출된 현 상황 자체가 이미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현재의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일련번호로 바꾸는 등의 주민번호 제도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