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벤처 창업 주요 타깃시장은 ‘내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이다. 전자신문은 지금의 상황을 ‘본 투 글로벌(Born To Global) 시대’로 명명한다. 3회에 걸쳐 현상과 과제 그리고 개선점을 짚어본다.
#4월 창업한 앱 개발업체 둡(Dooub) 직원들은 한글보다 영어가 편하다. 핵심인력이 모두 해외 유학파다. 그들은 ‘로컬(내수시장)은 필요 없다’고 말한다. 한국 시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을 타깃으로 해야 당당히 세계시장에 출사표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석 대표(30)는 “국내시장은 아무래도 좁다.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6월 법인 등록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스타일쉐어 임직원 6명 가운데 5명은 지금 미국 보스턴에서 스타트업 경진대회에 참가 중이다. 3개월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과 아이디어 한계를 확인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도 확보한다. 윤자영 대표(23)는 “미국 내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는 기회”라며 “글로벌 서비스로 가는 관문”이라고 행사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전형적인 ‘본 투 글로벌’ 청년기업이다. 이들은 당당하게 글로벌을 얘기한다. 1세대 벤처인들은 ‘10년 후’ ‘20년 후’라는 장기 해외시장 진출 비전을 말했지만 이들은 창업과 동시에 해외를 겨냥한다. 당장 세계인들이 잠재 고객이다.
사회가 변했고, 산업구조가 바뀌었다. 김동신 스타트업벤처포럼 의장(파프리카랩 대표)은 “기존 유통업체·에이전트 등 미들맨이 사라졌다. 진입장벽도 낮아졌다. 원한다면 바로 해외로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과거 많은 자본과 인맥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통할 제품만 있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류창완 한양대 글로벌 기업가센터장도 “IT표준화와 글로벌화로 시장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글로벌 모델이 아니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분석했다.
이들에게 외국 기업은 그냥 경쟁자다. 그들과 함께 공부했고, 어깨를 맞대고 경쟁을 펼쳐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청년 ‘글로벌인(人)’을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 다리만 건너면 보인다.
환경 변화는 무섭다. 청년 기업가의 고민이던 ‘자본’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줄었다. 제프 클라비어 소프트텍 VC 파트너(창업자)는 “‘제로(0)’는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수만, 수십만달러를 줄일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게임 ‘두들 점프’로 크게 성공한 이고르 푸세냑 리마 스카이 CEO도 “스마트폰 라이선스 등록비 100달러를 지불했다. 그것이 사업 리스크(손실위험) 전부였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특허관리회사들은 한국 인맥을 활용, SNS 관련 특허 매수를 타진했다. 이 분야에서는 한국이 앞서 있다는 인식에서다. SNS뿐만이 아니다. 지난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는 튀는 기술과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상당수는 꽃도 피지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당당히 세계를 겨냥하고 있다. 엔젤투자자로 활동하는 다음 창업자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는 “우리 때만 해도 이렇게 하면 해외에 나가서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없었다”면서 신세대 청년 창업가의 당찬 의지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김준배·정진욱기자 joon@etnews.com
<청년 신설법인 동향> (단위:개사)
*자료:중기청
창업과 동시에 글로벌 회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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