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를 통해 촉발된 3차원(3D) 영상에 대한 관심이 3DTV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메이저 디스플레이 기업의 기술 방식에 관한 논쟁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공간미디어(Spatial Media Industry)’라는 뉴미디어 3D가 태동기를 지나, 플랫폼 구축을 본격화하며 성장기로 진입한 것이다.
최근 ‘무안경 모바일 3D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뉴스는 본격적인 3D N스크린 시대 개막을 의미한다. 이런 변화 시점에 우리가 해당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서비스의 핵심인 3D N스크린의 사업적 의미에 대해 몇 가지 짚어봐야 한다.
역사적으로 지금까지 두 차례 미국에서 3D 산업이 보편적 미디어로서 진입을 시도했으나,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최근까지 대화면 테마파크 시장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3D는 대화면 플랫폼인 영화관을 중심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초기 2D 영화가 어두운 공간에서 대화면 스크린을 통해 관람객의 몰입도 극대화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성공했듯이 3D는 시각적 생생함을 추가하며 새로운 고객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첫 성공 사례가 ‘아바타’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 제작을 위해 영화사에 최고 흥행수익을 안겨준 자신의 영화 ‘타이타닉’ 일부를 3D 버전으로 제작하는 등 꾸준히 관객 반응을 살폈다. 결국 사업성공 판단이 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 제작에 뛰어들었고, 투자자들로부터 5억달러 가까운 투자도 이끌어냈다. 캐버런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고 투자자들도 투자액의 서너배에 달하는 수익을 기록했다.
3D 영화사에서 한 획을 그은 아바타도 아쉬운 점이 있다. 대화면 입체영화 플랫폼에서 빅히트한 아바타가 3D N스크린 시대의 보편 플랫폼인 3DTV, 무안경 3D 모바일 폰에서 추가적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람이 입체를 관람할 때 발생하는 시지각 생물학적 인지 메카니즘 특성(사람이 입체를 관람할 때 입체를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돼 있다)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3D 영상관에서 감동이 3DTV나 무안경 3D 모바일 폰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이런 현상은 입체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아질수록 더욱 심해진다.
완성된 성공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기회는 열려 있다. 이미 3DTV 및 영화관 입체 솔루션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영화관뿐 아니라 3D 홈시어터, 3DTV, 3D 모니터(PC), 3D 태블릿PC, 3D 스마트폰 등 거의 모든 디스플레이 플랫폼에 접목돼 차세대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고가 옵션품목에서 기본품목으로 자리잡으며 가장 대중적인 3DTV 시장을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도 가졌다. 최근에는 12인치 이하 3D 태블릿PC와 3D 스마트폰까지 무안경 방식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모바일 분야는 시장을 주도할 강력한 트렌드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3D가 향후 2~3년내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입체 콘텐츠 부족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높지만, 세계적으로 치열한 3D 콘텐츠 생산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입체 콘텐츠 분야도 한국 드라마 및 한류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경쟁력을 생각하면 글로벌 주도권 확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 사람의 아이디어에 수천억원이 투자되고 영화 한편으로 수조원의 이익을 거둬들이는 역량을 가진 미국 미디어 산업계의 경쟁력이 우리에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이제 한국은 절대적 강자가 거의 없는 공간미디어 신산업에서 위기와 기회가 함께 다가오고 있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벌어지는 플랫폼 주도 경쟁과는 차원이 다른 미디어 패러다임 전환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이연우 스테레오피아 대표 lyw@stereo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