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매트릭스` 도입 놓고 시끌벅적

"글로벌 금융사 도약 기반" vs "내부 분란 가능성"

금융권이 매트릭스(Matrix) 조직의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조직 기반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데다 내부 분란만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 금융지주사들, 매트릭스 속속 도입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이사회 워크숍을 열어 그룹 지배구조 개선안 확정과 함께 매트릭스 조직 도입을 논의한다.

매트릭스 조직은 각 계열사의 공통된 사업 부문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수평적 조직을 말한다.

신한은 기업ㆍ투자금융과 자산관리 부문의 매트릭스 조직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고객은 은행, 보험, 증권 등 각 계열사에서 통합된 기업금융이나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리금융은 매트릭스 도입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가동했으며, 다음달 말까지 `큰 그림`을 내놓을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겸업화와 시너지를 지향하는 금융지주사에 매트릭스 조직은 국내외 경쟁을 이겨낼 수 있는 유용한 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도 계열사 간 협업이 필요한 투자은행, 부동산, 자산관리 등에서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일찌감치 2008년부터 이를 도입했다.

◇ 성공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

매트릭스 도입 3년째인 하나금융은 고객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최대의 강점으로 꼽았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 고객이 전환사채 발행을 원하면 하나대투증권이 바로 나선다. 은행과 증권이 매트릭스 조직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가능하다는 얘기다.

씨티, JP모건체이스, HSBC 등 세계적인 은행들은 대부분 매트릭스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직 체계로도 볼 수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협업이나 시너지를 외치지만 매트릭스와 같은 실질적인 조직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냥 헛구호에 머무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바로 조직이 복잡해진다는 점이다.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이 이뤄질지 몰라도 은행 내부에서 새로운 `방화벽`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

파업 석달째를 맞는 SC제일은행의 노조는 이런 우려를 강하게 제기한다.

김재율 노조위원장은 "가계금융과 기업금융이 매트릭스 조직으로 나눠지다 보니 부문 간 자금이 오갈 때 이자를 받는 일까지 생겼다"며 "파업이 장기화돠는 것도 각 부문장의 힘이 세다 보니 은행장에게 전권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다른 금융사도 마찬가지다.

우리금융이 매트릭스 도입을 밝히자마자 이팔성 회장과 이순우 은행장의 갈등설이 터져나왔다. 신한금융 이사진에서도 신중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각 부문장을 거느리는 지주사 회장이야 매트릭스가 반갑겠지만 은행장은 심사가 편치 않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금융그룹들은 지나치게 은행에 편중된 구조로 인해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의 갈등이 불거진 사례가 적지 않다"며 "매트릭스 조직이 진정 성공하려면 계열사 간 벽 허물기와 함께 수익구조의 다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