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한국을 대표하는 소재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는 연구개발(R&D)에 대한 장기적인 관심과 투자가 무엇보다 큰 역할을 했습니다. 새로운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과감하게 사업 구조를 변화시켜 왔던 노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LG화학 정보전자소재 연구소장인 유정수 상무는 소재 산업 속성상 긴 안목의 R&D가 없다면 결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에 비해 한참 늦었지만 기존 석유화학 사업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경영 의지 또한 소재 기업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일군 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유 상무는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는 일본에 비해 10년 이상 뒤처졌지만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중장기 R&D 계획을 수립해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다”며 “과거부터 쌓아온 석유화학과 플라스틱 소재 기술을 접목해 비교적 이른 시일 내 결실을 만들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R&D를 중시하는 LG화학이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신소재를 개발하는 과정은 연구진의 눈물겨운 노력이 따를 수밖에 없다. 최근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는 FPR 필름을 개발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 개발 초기 대부분의 FPR 필름 제조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질 때 샘플 제품을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느라 연구원들의 눈이 토끼눈처럼 빨갛게 변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3D 영상이 실제로 구현되는 결과를 확인하고는 그 붉게 충혈된 눈으로 서로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유 상무는 “지금도 그때 감격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FPR 필름을 개발한 주역들이지만 개발 초기 어려움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는 말이다.
LG화학은 국내 최고를 넘어 다우·바스프·스미토모 등 세계적인 소재 기업들과 본격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유 상무는 “우리가 강점이 있거나 충분히 승산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며 “향후 플라스틱 기판 소재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차세대 3D 소재 개발에 주력하며 동시에 원천 기술 확보에도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소재 산업 전반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도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공계 우수 인재 확보는 국가적인 당면 과제다. 이와 함께 유 상무는 “더욱 효율적인 산학연 연구 관리 체계와 유망 중소 소재 기업 육성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풀뿌리 중소 기업의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은 여전히 일본에 비해 뒤처진 우리의 현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