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 기술자가 대기업으로 빠져나가 딱한 처지에 놓인 중소기업이 많다고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엔지니어링 경력직은 대기업의 타깃인 모양이다. 지난 2009년 대기업이 뽑은 관련 분야 기술인력 1만1000명 가운데 45.5%인 5000명이 경력 채용이었다. 중소기업 인력을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빼낸 것이다.
정부가 어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부당한 인력 유인·채용으로 말미암아 중소기업 사업활동을 ‘심히 곤란하게 하는’ 불공정행위를 돋우어볼 방침이다. 적발하면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할 태세다. 불공정행위를 한 대기업의 정부 조달 물품 입찰에도 불이익을 줄 계획이라니 그야말로 어금니를 악물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를 이명박정부의 새 화두인 “‘공생발전’과 관련된 것으로 시의적절하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중소기업 숙련 인력을 약탈하는 대기업을 막겠다니 쌍수를 들 일이나 관건은 실효성 여부다. 기술자가 자기 능력을 높이 쳐주고 근무 환경이 좋은 기업을 찾아가는 것은 인지상정 아닌가. 정부가 중간에 끼어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닐 수 있다. 정부가 되레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저해하는 결과도 우려된다.
징벌 판단 기준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정부가 특정 기업의 ‘심히 곤란한’ 유인 채용 목적·의도와 ‘통상적인’ 업계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재하겠다는데 시빗거리가 될 개연성이 있다. 정부의 ‘종합적 고려’를 두고 옳으니 그르니 하는 다툼이 일면 규제 예측성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규제 방향을 세심히 살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규제에 앞서 마련할 것은 우수 인력을 중소기업에 유인할 방책이다. 기술자가 중소기업에서 행복한 환경부터 갖추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