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엔젤

 ‘엔젤(angel)’은 천사, 천사같은 사람을 뜻한다.

 상징적인 의미 탓에 소설과 영화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천사와 악마(Angel&Demon)’ ‘다크엔젤’ ‘엔젤하트’ 등 수많은 히트작이 엔젤을 영화 타이틀로 올렸을 정도다.

 경제에서도 ‘엔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 가난한 가수 등 연예인을 지원해주던 ‘마음씨 좋은 후원자’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라는 뜻으로 굳어졌다.

 엔젤은 벤처캐피털이 꺼려하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에 주로 자금을 투자한다. 자본 시장의 천사로 불리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엔젤의 위력을 보여준 때가 있다.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0년 국내에서는 2만8857명이 엔젤로 활동했다. 당시 투자금액은 무려 5500억원에 달했다. 현재의 벤처산업을 있게 한 자양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문제점도 없지 않았다. 묻지마 투자가 극성을 부렸다. 해당 기업에 대한 충분한 정보나 분석 없이 투자가 이뤄지다보니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깡통계좌도 속출했다.

 당시의 아픔 때문이었을까. 지난해 국내 엔젤 수는 784명으로 급감했다. 10년새 37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투자금액도 2000년 5493억원을 고점으로 2010년 326억원으로 급하강했다. 지난해 국내 창투사 벤처투자액(약 1조1000억원)의 3%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급격히 위축된 국내 엔젤 투자 시장은 아직 살아날 기미가 없다.

 반면 미국은 엔젤 투자가 창업자금 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9년 미국의 엔젤투자 규모는 176억달러에 달한다. 전체 벤처투자액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영국은 오히려 엔젤투자가 벤처캐피털 투자규모 2배를 웃돌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최근 여권이 발표한 엔젤투자매칭펀드 조성 계획은 환영할만하다. 향후 3년간 3000억 규모의 초기 투자 펀드를 조성해 청년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다.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엔젤 투자는 벤처투자 중에서도 가장 리스크가 크다. 조세지원 등 제도적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 그래야 썰물처럼 떠난 엔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