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대규모소매업법은 `과잉입법`

국회에서 논의 중인 ‘대규모소매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하 대규모소매업법)’이 정상 유통활동까지 불공정행위로 간주, 소비자의 이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18일 ‘대규모소매업법, 소비자 이익 저버린 과잉입법’ 보고서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보고서는 먼저 대규모소매업법에 담긴 계약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규모소매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로부터 납품업자를 보호하는 것은 사법인 민법의 역할이고 경쟁제한행위로부터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는 것은 공법인 공정거래법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사법이 담당할 대규모소매업자의 계약상 우월적 지위남용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한 후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위의 불공정성을 입증, 과징금이나 형벌 등으로 강력히 규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규정으로 법체계상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공법인 공정거래법이 사법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 사적거래영역의 위축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이런 규제도 부족하다며 대규모소매업자를 손쉽게 규제하려는 목적으로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강화한 별도의 대규모소매업법을 제정하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적 과잉입법”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대규모소매업자의 계약상 우월적 지위행사로부터 납품업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것은 사법적 구제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며 “공법은 이런 행위가 경쟁을 제한하며 소비자후생을 훼손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철저히 감시하는 역할에 주력해야 하고 이에 역행하는 대규모소매업법 제정논의는 철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