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IT 기업들의 주가가 각종 악재로 `패닉` 수준의 급락세를 나타냈다,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만3천원(5.72%) 내린 70만9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대표 IT 종목으로 분류되는 하이닉스는 12.24% 급락했다. LG전자도 6.11% 떨어졌다.
이에 따라 IT대형주가 포진한 전기전자업종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만에 10조570억원 줄었다. 증시에서 전기전자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69%에서 16.02%로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시총은 110조7천억원에서 104조4천억원으로 6조3천억원이 줄었다. 또 시총 감소액은 하이닉스는 1조4천210억원, LG디스플레이는 6천441억원, LG전자는 5천497억원이었다.
대형 IT주의 급락으로 코스피도 하루 만에 1,900선 문턱에서 1,860선으로 32.09포인트(1.70%) 뒷걸음질했다.
이들 업체의 추락은 반도체 가격 급락 등으로 IT 업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컴퓨터 제조업체인 델이 17일(현지시간) 불확실한 수요 전망을 이유로 올해 수익 전망을 하향조정한 것은 `패닉`의 촉매가 됐다.
무엇보다도 급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반도체 가격이 IT 업황을 강하게 누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 전문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대표적 낸드플래시 제품인 16Gb 2Gx8 MLC의 8월 전반기 고정거래가격은 2.6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인 7월 후반기 고정거래가격 2.74달러보다 2.19% 더 내려앉은 수치다.
D램 가격도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 D램 제품인 DDR3 1Gb 128Mx8 1066MHz의 8월 전반기 고정거래가격은 원가의 절반 수준인 0.61달러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최근 충격을 줬다.
반도체 가격 불안 뿐 아니라 세계 IT 산업에서 나타나는 지각변동 조짐도 국내 IT 업계에는 위기에 해당된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계기로 IT 산업의 중심이 소프트웨어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하드웨어 중심의 국내 IT 기업이 도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 실적 악화에도 스마트폰 부문 실적 개선으로 그나마 버틸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둔화로 해외 수요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도 IT 기업들의 실적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증권사들은 이미 IT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치를 발 빠르게 하향조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낸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컨센서스는 지난달 말만 해도 4조1천674억원이었으나 최근 3조7천622억원으로 9.72% 줄었다.
같은 기간 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천426억원에서 2천669억원으로 22.10% 감소했다. 하이닉스의 경우 영업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IT 업황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면이 있으며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영증권 이승우 IT팀장은 "국내 IT 산업이 근본적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고 있지만 과도한 면이 있다. 반도체 가격이 감산 등을 통해 반등할 수 있으며 4분기 들어 수요가 되살아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