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구글-모토로라` M&A쇼크… 긴급진단 좌담회

전자신문이 주최한 `스마트 모바일 경쟁구도 변화를 짚어본다`란 주제로 전자신문이 주최한 긴급 좌담회가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좌담회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전자신문이 주최한 `스마트 모바일 경쟁구도 변화를 짚어본다`란 주제로 전자신문이 주최한 긴급 좌담회가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좌담회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애플이 터뜨린 ‘아이폰 쇼크’는 SW산업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지식경제부는 이즈음 ‘SW강국 전략’을 발표했다. 이후 불과 2년이 채 안된 지금,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 IT 산업계는 또 다시 ‘SW 기술력 부재’란 암벽에 맞닥뜨렸다.

 급변하는 스마트 모바일 시대 속에서 국내 IT 산업계는 기회와 위기를 함께 맞고 있다. 이에 전자신문은 1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스마트 모바일 경쟁구도 변화를 짚어본다’란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열었다. 국내 산·학·연·관 IT전문가와 함께 스마트 모바일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산업계 대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정책을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진행

  박승정 전자신문 통신방송부국장

 ◇패널

  김진형 KAIST 전산학과 및 소프트웨어대학원 교수

  류수근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국장

  박경철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정보통신연구실장

  

 ◇박승정 부국장=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줘 감사하다. 우선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배경을 들여다보자.

 ◇김진형 교수=안드로이드만 보면 긍정적이다. 항간에 구글이 폐쇄적인 생태계로 돌아서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가 있는데, 공개SW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동안 공개한 SW 가져다가 독자 플랫폼 만들고 그 위에 킬러 콘텐츠 얹으면 된다. 나눠쓰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구글이 나선 것이니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지금까지는 삼성이 구글의 가장 가치 있는 파트너였지만, 차세대 제품이 나올 때쯤 모토로라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게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구글과 삼성의 관계가 소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류수근 국장=모바일 산업계는 애플과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질서가 재편된다. 새로운 질서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특허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진영을 보호하기 위해 모토로라 특허가 필요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SW가치의 확대를 시사한다.

 국내 언론들이 걱정하듯 구글-모토로라의 밀착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구글이 수많은 광고주 동맹군을 잃으면서 제조사를 키울 이유가 없다. SW를 잘해야 하는 건 맞는데 HW경쟁력도 무시할 순 없다. 애플은 OS를 중심으로 묶어서 돈을 버는 행태인데, 이 때 국내 업체들과 싸우는 큰 원인 중 하나가 부품이다. 애플 부품의 상당수를 국내 업체가 공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는 잘 하고 있고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염용섭 실장=통신 산업 발전과정을 보면 유선 시장은 SW와 HW가 통합해 나왔지만 무선 시장에서 갈라졌다. 여기에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다시 유선 시장 때처럼 디바이스나 네트워크보다 OS를 가진 자가 전체를 좌우하는 그림이 나왔다.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일 뿐이다. 사업자 입장에선 구글의 행보가 주목된다. 수많은 애널리스트들이 구글의 유튜브 인수가 실패작이라고 비판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이처럼 구글은 밖에서 볼 때 의아한 시도를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하지만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그들만의 개념에 기반을 둔 본연의 길을 가고 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샀다면 단순한 삼성-구글의 경쟁관계 성립을 의미하진 않는다. 구글은 SW 회사가 될 것이고 삼성과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간다.

 ◇박승정= 특허전쟁이 한창이다. 그동안 알려진 대로 애플-노텔, 구글-모토로라, 마이크로소프트(MS)-노키아란 시장질서로 정말 재편된다고 보는가.

 ◇김진형= 재편될 것이다. 무선만 보면 MS가 약하지만, 앱스토어 등의 모델이 넘어왔기 때문에 3사 힘이 팽팽해졌다. 그러나 이 구조가 오래가진 못한다. 결국은 구글이 승자가 될 것으로 본다. 속도의 문제가 있을 뿐 산업계는 오픈 시스템으로 갈 수밖에 없다. 혁신의 역량에서 MS가 굉장히 쳐진다. 반면 오픈시스템은 광고 수익으로 먹고사는 구글의 이익에 아주 잘 맞는다. 구글은 현재 무인자동차를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연결고리를 가질지 주목된다.

 ◇박승정=SW산업의 중요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류수근=IT와 SW융합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생태계 형성과 중장기적인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 아닌가 싶다. SW는 두뇌고 지식경제 산업이다. 고급인력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 사회적 분위기를 고쳐나가야 한다. 산업에서 융합이라면 SW만 볼게 아니고 큰 산업 전체로 융합해 어떻게 끌고 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IT융합 분야에서 노력해 왔다. 실제로 성과도 나오고 있다.

 ◇김진형=SW산업이 중요하다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 SW산업 정책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고 전체 국정 어젠다로 올려놓아야 한다. 애플의 스마트폰도 IT산업만 봐서는 나올 수 없었다.

 ◇박경철 부회장=SW산업 중요성을 SW인력끼리만 얘기한 게 문제다. 일반인들도 SW가 핵심기술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SW 위상을 갖추려면 이러한 인식이 급속하게 확산해야 한다. 삼성이 SW인력을 고민하고 있는데, S급 인재들은 취직할 데가 없어서 다 외국 간다. 기업이 투자를 해야 하는데 돈이 안 되니까 투자를 안하는 것 아닌가. 사람을 키우고 시장을 모아서 키워주고 그 안에서 기업도 공부를 해야 한다.

 ◇염용섭=우리는 좋든 싫든 SW가 HW와 협력해야 하는 구조다. B2B 시장이 빨리 크고 있다. 적은 인력과 투자비용으로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창출하는 B2C 시장도 있지만 국내 역량은 B2B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1차적으로 B2B 시장을 공략해 은행, 자동차회사, 병원 등에 그들이 필요한 솔루션을 HW와 함께 해결해주는 거다. 여기서 주인은 솔루션이고 HW 기종은 나중에 생각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게임 등의 B2C 시장도 놓쳐서는 안 된다.

 ◇박승정=우리나라 기업은 OS 생태계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해야하는가.

 ◇류수근=기업 입장에선 전략적인 대안을 갖고가는 게 유리하다고 본다. 부품 조달도 마찬가지지만 일방적인 의존관계는 안 된다. HW 강점도 계속 살려야 한다. 지금 글로벌 시장점유율로 보면 한국 기업이 1위다. 그래서 애플도 국내 기업을 공격하고 있다. 들어오는 견제를 어떻게 견뎌 내는 게 관건이다.

 ◇김진형=국내 기업이 독자 모델을 만든다는 건 상당히 무모하다고 생각된다. OS는 이미 공개돼 있으니 그 위에 올라갈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야 한다. 킬러 앱을 쓰려고 삼성폰을 사고 싶어야 한다. 삼성 입장에서도 OS는 멀티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만드는 게 아니라 위에 올리는 정도니까 큰 기술력은 필요 없다. 노동력이 들 뿐이다. 우리 OS가 세계를 석권하기 위해선 삼성이 지금의 열성 정도로는 안 된다. 멀티전략 대신 바다OS만 매달렸으면 우수 개발자들이 기꺼이 참가했을 것이다. 지금 개발자들이 바다를 기피하는 이유는 삼성이 이들에게 신뢰를 못줬기 때문이다. 삼성 스스로 열심히 개발하다가 주춤해서 그렇다. 이건 삼성의 딜레마다.

 ◇박승정=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갖고 있고, 키워볼 만한 SW분야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박경철=단기적으로는 응용SW 쪽이 우리의 강점이다. 응용분야는 우리가 참 잘한다. 또 하나는 패키지 사업이다. 현재 SW산업을 보면 SI산업이나 클라우드쪽도 패키지화되고 있다. SW산업이 기술 중심이고 더 나은 SW를 개발한 후발 주자에게도 기회가 있기 때문에 모바일이나 클라우드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김진형=SW는 1등 아니면 다 꼴등이다.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잘 찾아야 한다. SW패키지나 응용시스템도 좋다. 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분야가 컨수머 인터넷이다. 이 산업이 굉장히 빨리 성장하고 있다. 새 서비스가 나오면 단기간에 결판이 난다. 이미 글로벌과 로컬서비스의 차이도 없다. 그러나 정부 부처의 지원을 못 받고 있다.

 컨수머 인터넷과 연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류를 연결하면 감성적인 앱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이 SW 분야로 안온다고 하지만 너무 어려운 것을 개발하라고 하니까 그런 것이다. 감성적인 앱 등으로 접근하면 들어올 거다.

 ◇박=마지막으로 정책적 조언 및 마무리 말씀 부탁드린다.

 ◇염용섭=교육을 생각해야 한다. 학생들을 단답식 시험으로 가르쳐서는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없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후 수많은 반성의 글들이 신문에 게재됐다. 사실 그 전부터 다 알고 있던 사실인데 기회가 안 돼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SW야말로 유연하면서 감성적인 사고방식을 갖지 않으면 선진국 하청업체에서 탈피하지 못한다. 정부도 SW인력에게 희망과 비전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구체적인 것보다도 분위기를 형성하는 무형의 정책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박경철=필요하면 규제정책도 써야 한다. 정부 정책이 규제를 푸는 쪽으로 많이 이야기하는 데 SW산업의 경우 적극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필요하면 중소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규제를 통해 큰 물꼬를 틀 수 있어야 한다.

 ◇김진형=싱크탱크가 필요하다. SW육성이 필요하다는 총론까지는 쉽다. 구체적인 정책 수립이 상당히 어렵다. SW 육성책은 범부처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국내에는 SW연구소도 없고 SW정책연구원은 더 없다.

 SW인재들을 대우해 줘야 한다. 꼭 SW분야가 아니어도 사회 각 분야에 중용할 필요가 있다. 조사결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지경부 전략기획위원회, 정보화전략위원회 구성원 중 SW인재는 한 명도 없었다. 이런 식이니 SW인력이 안 온다.

 ◇염용섭=의사결정이 빨라야 한다. 구글처럼 앞서가는 리더는 변신이 빠르다. 이것이 SW산업의 현실이다. SW육성을 하느냐 안하느냐는 의미가 없고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정부도 고민을 하고 있겠지만, 한번 시작한 고민을 몇 년간 한다. 이렇게 하면 실패한다.

 ◇류수근=SW정책연구원 설립은 고려해 보겠다. 교육 문제도 상당히 중요하다. 정부만의 몫은 아니고 산·학·관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기업도 일정부분 역할이 있다.

 ◇박승정=여러분들의 좋은 의견과 제언이 IT강국 코리아로 거듭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이젠 실천이 중요할 것 같다.

 정리=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