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섭 사장은 2009년 유티스타콤코리아테크놀로지스를 인수하며 휴대폰 산업에 다시 뛰어 들었다. 팬택을 걸출한 휴대폰 회사로 만든 경영자가 낯선 기업을 택한 건 이유가 있었다. 유티스타콤코리아테크놀로지스는 미국 휴대폰 유통 업체인 유티스타콤이 2004년 기가텔레콤 CDMA 연구개발(R&D) 부문을 인수해 만든 한국법인이었다. 그 곳에는 우리나라가 개발한 CDMA 휴대폰 기술이 남아 있었다.
송 사장이 유티스타콤과 처음 연을 맺게 된 건 2006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티스타콤은 기가텔레콤 연구부문을 한국에서 이끌 인물이 필요했다. 공학자이며 팬택을 이끈 송 사장이 적임자였다. 마침 그는 현업에서도 물러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휴대폰 사업은 미국 기업의 뜻처럼 되지 않았다. 유통과 제조는 달랐다. 결국 4년 만에 사업 철수가 결정됐다. 송 사장은 자신과 함께한 직원들, 축적된 기술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이 직접 회사를 인수키로 했다. 삼성, LG, 팬택 외 한국 내 또 다른 휴대폰 회사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사명(엠세븐시스템으로)도 변경하고 새출발을 다짐했다.
그런데 이 때쯤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엠세븐시스템의 소스코드가 도용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소스코드란 휴대폰을 개발하는데 있어 핵심 소프트웨어다. 특히 도용됐다는 소스코드는 3개 주파수 대역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CDMA AWS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으로, 2007년 엠세븐시스템(당시 유티스타콤테크놀로지스)을 미국 통신 업체 ‘크리켓’과 거래하게 만든 핵심이었다.
하지만 고소나 고발은 하지 않았다. 관여한 이들이 누군지도 짐작됐다. 그러나 중소기업에게 법적 분쟁은 큰 부담이었다. 2010년 3월 이번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기술유출 시도가 발생했다. 사내에 들어와 개발 업무를 함께 하던 협력 업체 직원이 또 다른 휴대폰 소스코드를 유출하려다 발각됐다.
검찰의 내사가 시작됐고 마침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엠세븐시스템을 도와주던 협력 업체가 소스코드를 도용, 휴대폰을 외주 개발해온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휴대폰은 또 엠세븐시스템이 거래하던 미국 이동통신사에 값싸게 공급됐다. 150만대 이상 주문을 하던 미국 통신사와의 거래는 값싼 기술 도용 폰의 등장으로 중단됐고, 우리 기술을 되찾아 휴대폰 사업 부활을 위해 노력하던 기술 경영자의 꿈도 빼앗겼다.
송문섭 사장은 “이런 사건이 벌어진 데 유감이며 본업에 더욱 매진하고 싶다”고 짧은 소회를 전했다.
◇송문섭 사장은=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정통 기술자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2001년 5월부터 2006년 2월까지 팬택앤큐리텔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했다.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2년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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