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 7일 연례 세제개편안을 발표키로 함에 따라 개편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8월 29일로 예정됐던 세제개편안 발표를 일주일 가량 늦추기로 했다. 재정부 세제실이 큰 그림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항을 정리해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전달하면, 세발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발표된다.
세제개편안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재정균형시기를 1년 앞당길 것을 선언하고 대·중소기업 간 공생발전 구상을 제시함에 따라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법인세 감세시기 늦춰질 듯=청와대는 ‘부자감세’라며 여야로부터 철회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법인세·소득세 감세 계획에 대해 재검토할 수 있음을 밝혔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19일 “감세 기조는 유지하되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세제 방향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세법대로라면 내년부터 법인세 2억원 초과구간은 세율이 22%에서 20%로 인하된다. 소득세도 8800만원 초과구간에 대해 35% 세율이 33%로 낮아진다. 이 안은 내달 개원하는 정기국회에서 감세 방안이 수정되지 않으면 그대로 적용돼 추가감세가 이루어진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감세가 이뤄지면 재정 체력이 약화돼 미국·유럽발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고 대기업과 고소득자만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보게 돼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청와대와 정부는 ‘MB노믹스’의 핵심이었던 감세정책을 번복하면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 시기를 뒤로 늦추면서 세부적인 항목에서 조정하는 형태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중기 차등감세 방안 유력=세제개편안을 만드는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도 보조를 맞췄다. 백운찬 재정부 세제실장도 같은날 “대외 여건 변화 등을 반영한 세제개편안을 내놓겠다”면서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 법인세제 도입 추진이나 낮은 법인세율로 가려는 움직임, 미국의 경제 활성화 대책 등이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적인 방향을 청와대와 재정부가 미리 조율한 듯 했다.
현재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조정방향은 ‘부자감세’라는 주장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차등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시설투자, 생산성 향상 투자가 많은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많이 본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예정대로 폐지하는 한편, 법인세 감세 기조는 유지해 그 시기를 조정한다는 복안이다. 또 고용창출세액공제는 고용을 유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소기업에 혜택을 돌리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이외에도 사실상 재벌그룹의 편법증여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기업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등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과 중소기업이 가업을 대물릴 경우, 상속세를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실장은 “법인세는 낮게 유지하는 대신 세원을 넓히고, 사람에 투자하거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분야에 세제를 지원하는 쪽으로 바꿔 보겠다”고 그 기조를 설명했다.
권상희·정지연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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