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코리아 `슬로 늪`에 빠졌다

"IT컨트롤타워 해체후 범국가 어젠다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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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코리아가 ‘슬로(slow) 늪’에 빠졌다. 초고속 인터넷 세계 1위,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등 질주하던 특유의 스피드가 사라졌다.

 구글의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 HP의 PC사업부 분사 등 글로벌 기업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는 반면에 우리 기업은 우물쭈물하고 있다. 한국 IT산업 역시 세계 1위 휴대폰업체 노키아 스티븐 엘롭 CEO가 말했던 것처럼 ‘불타는 플랫폼 위’에 서 있다.

 ‘슬로 코리아’는 수치가 말해준다.

 일본 총무성이 최근 발표한 ‘2011년 정보통신 백서’ 주요 30개국 IT 순위에서 한국 무선인터넷 부문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지 못했다. 유선 초고속 인터넷 부문에서 여전히 1위를 차지했지만, 미래 경쟁력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세계경제포럼 국가별 네트워크준비 지수 순위는 2008년 9위에서 2010년 15위로 곤두박질했다. 영국이 발표하는 IT 산업경쟁력 지수 역시 2007년 3위에서 2009년 16위로 밀렸다.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브로드밴드 강국이 된 후 자만하다 무선인터넷 분야는 갈라파고스가 됐다”고 지적했다.

 더딘 속도는 신 시장 선점경쟁에서도 뒤처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반 피처폰에 연연하다 스마트폰에서는 휴대폰사업 신출내기 애플 추격자로 전락했다. 페이스북·트위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도 해외 업체가 장악했다. 소셜커머스·위치기반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해외에서 베끼기에 급급할 정도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 정보통신연구실장은 “지금 세계 IT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구글처럼 앞서가는 리더는 변신이 빠르다”며 “최근 소프트웨어(SW) 산업육성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육성을 하는지 안 하는지가 의미가 없고 얼마나 빨리하는지가 중요하다. 기업이든, 정부든 한번 시작한 고민을 몇 년째 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IT코리아에 브레이크가 걸린 이유로는 △시장변화에 둔감 △사라진 도전정신 △범국가차원의 이슈파이팅 부재 등이 꼽힌다. 무엇보다 ‘나침반 상실’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MB정부 들어 IT컨트롤타워가 해체되면서 파편화된 정책만 쏟아졌다. 범국가적인 어젠다 설정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IT 839’ ‘e코리아’ ‘u코리아’ 등 과거 정부가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하고 산업계와 함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때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 SW업체 사장은 “MB정부는 그나마 ‘아이폰 쇼크’때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육성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5분의 1 수준으로 좌절됐다”며 “클라우드 육성전략·스마트워크 추진 등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되는 정책은 부처 간 알력 다툼으로 번번이 속도를 잃고 흐지부지되기 일쑤”라고 꼬집었다.

 위기가 기회라는 희망적 메시지도 나온다. 2000년대 초반 국제금융위기를 닷컴 열풍으로 극복한 것처럼 세계경제 더블 딥 공포로 얼어붙은 경제위기를 ‘IT 르네상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태열 소장은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도입이 미국보다 2년 늦었지만, 최근 들어 보급률이 급속히 늘어나며 다이내믹한 속도가 되살아나는 양상”이라며 “세고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기술과 하드웨어 산업에 떠오르는 콘텐츠와 SW 산업을 빠르게 접목한다며 지금은 위기가 아니고 기회”라고 말했다.

 

 <표> 국가별 IT 주요 항목별 순위

자료: 일본 총무성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