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금융 현장을 찾아서] <7> KB국민은행 신금융사업부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유혹을 참고 커피 아이콘을 누르면 5000원 적립’

 ‘늦은 밤 택시 대신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면서 택시 아이콘을 누르면 1만원 적립’

 KB국민은행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KB스마트★폰 예·적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이 상품은 고객이 일상에서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으로 연결되도록 유도해 관심이 쏠렸다. 지난 19일 현재 6만5088명이 가입할 만큼 인기가 높다.

 지난 5월 출시한 ‘드림톡 적금’도 은행권에서는 새로운 시도다. 금융상품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를 접목한 것이다. 가입과 동시에 블로그 형태의 개인 페이지가 형성되고, ‘유럽여행’ 등의 목표를 지인과 함께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출시 석 달째인 19일까지 1만5684명이 가입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혁신적인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새 상품이 나오면 다른 은행에서 “왜 저런 상품을 못 내놓느냐”며 질타가 나올 정도였다. 혁신의 중심에는 신금융사업부가 있다. 국민은행이 추진하는 모바일뱅킹·오픈뱅킹 등 비대면 채널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 이들의 임무다.

 물론 신금융사업부가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국민은행은 줄곧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젊은 고객 유입이 늘지 않는다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변화의 기회는 지난해 초 찾아왔다. 당시 은행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태블릿PC)를 활용한 상품 개발이 한창이었다. 애플 ‘아이폰’ 출시 이후 기본적인 조회·이체 서비스 제공 애플리케이션(앱)은 이미 은행 대부분이 선보이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국민은행의 판단이었다.

 신금융사업부는 재미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그때부터 ‘스마트폰은 장난감이다’ ‘고객이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면 외면받는다’ ‘고정관념을 버리자’ 등의 이야기가 회의 때마다 따라다녔다. 그 결과가 바로 ‘KB스마트★폰 예·적금’과 ‘드림톡 적금’이다. 재미를 통해 젊은 고객 마음을 잡기로 한 것이다.

 이동균 차장(37)은 “고객들은 대개 금리나 혜택을 상품 선택 기준으로 삼아왔다”며 “스마트폰 환경에서는 이 점이 바뀔 수 있다고 판단해 기존 서비스에 SNS를 접목하는 등 즐거움을 주요 포인트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드림톡 적금’ 출시 때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애플에서 검수가 계속 늦어졌다. 보통 5영업일이면 끝나는데 3주나 걸렸다. 손정환 대리(35)은 “공인인증서를 앱 내에 탑재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애플 쪽에서 자체 정책에 어긋나는지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상품이 연이어 인기를 얻자 영업점 분위기도 달라졌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김강석 차장(39)은 “창구를 찾아 스마트폰 상품 문의를 하는 고객이 늘어났다”며 “창구 직원들이 신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할 정도로 고무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신금융사업부는 최근 오픈뱅킹 시스템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양한 운용체계(OS)에서 이용 가능한 플랫폼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오는 11월이면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에서 동일한 사용자환경(UI)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선호 차장(41)은 “지금까지는 한 곳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덜어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홈페이지를 최대한 직관적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앞으로 스마트폰과 같은 비대면 채널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정인상 팀장(44)은 “스마트폰 보급 속도나 고객 사용 습관이 어떻게 바뀔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고객 관심을 불러일으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윤일현 KB국민은행 신금융사업부 부장

 “점차 유무선이 통합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스마트폰 등 비대면 채널을 오프라인과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윤일현 KB국민은행 신금융사업부 부장(50)은 온·오프라인에서 동일한 사용자경험(UX) 제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객이 영업점과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 어떤 접근 경로를 방문하든지 국민은행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오픈뱅킹 작업도 이에 초점을 맞췄다. 윤 부장은 “궁극적으로는 오픈뱅킹이 맞는 길”이라며 “일관적인 라인업을 구성해야 양방향 소통도 힘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부장은 업계에서는 전자금융 1세대로 통한다. PC통신 기반 뱅킹부터 최근 스마트폰 뱅킹까지 국민은행의 비대면 채널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은행이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에 대한 철학도 확고하다. 특정 계층에게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고객에게 만족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은행은 고객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 모두의 요구를 살펴야 하는 점이 어렵다”면서도 20대 젊은 고객이나 50대 이상 고객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