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IT 코리아]한국 SW산업 3대 걸림돌

“국내를 대표하는 간판 소프트웨어 기업을 5개만 꼽아 보시죠.”

 20여 년 간 SW업계에 몸담아온 한 업체 사장은 한국을 대표할 SW기업 5곳의 이름을 대는 것조차 어려워진 현재 상황을 한탄했다.

 손가락에 꼽을 만한 SW 기업이 없다. 구글, 오라클, 페이스북 등 미국의 SW기업이 세계 IT시장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티맥스소프트와 한글과컴퓨터 등 한때 국내 시장을 선도했던 SW 기업은 대표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됐다.

 SW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데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선순환 생태계를 구성하지 못해 신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및 비상식적인 발주관행과 불법복제 만연, 인력양성 실패 3대 원인으로 지목했다.

 ◇비상식적 발주관행에 전문 기업 고통=국내 SW생태계가 건전하게 정착하지 못한 원인으로 정부부처의 비상식적 구매와 발주 관행이 지적되고 있다.

 공공기관은 중소기업이 개발해 패키지SW로 만든 제품이 있음에도 대기업 IT서비스 업체에 용역을 의뢰, 그룹웨어를 개발하고 전체 공공기관에 무상 공급했다. 전문 기업 시장을 말살한 셈이다. 수년간 수억원을 들여 SW를 개발해도 팔 곳이 없게 만드는 상황이 되풀이 된 것이다. 또, 각종 프로젝트에 불분명한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자주 요구사항을 변경하면서 중소 SW기업에 책임을 전가했다.

 ◇제 값 못 받는 SW=지난해 국산 상용 SW 유지보수율은 구매가격의 약 9%로 선진국 20~30%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20~30%, 일본 20% 등 선진국의 상용 SW 유지보수율 대비 2분의 1 또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글로벌 SW기업은 유지보수료를 차세대 R&D에 재투자한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턱없이 낮은 유지보수료를 받아 기업 경영에도 허덕였다.

 불법 복제의 만연도 SW기업을 거리로 내몰았다.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SW 불법복제에 따른 손실액은 2009년 대비 25%가 급증한 약 7500억원을 기록해 조사 이래 최대치로 나타났다.

 ◇인력 양성 우왕좌왕=김진형 KAIST SW정책연구센터 교수는 “정부가 SW산업에 대한 이해와 애착이 없이 여러 부처에서 정책을 맡다 보니 실패를 계속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SW관련 학과를 전자공학과로 통합하도록 강제한 교육부의 정책이 SW인력 양성 체계를 흔들었다는 분석이다. 또, SW분야 교수 평가를 논문 중심으로 하는 것도 문제다. 교수들이 직접 SW를 개발하고 가르치지 못해 컴퓨터 학과의 연구와 교육이 왜곡되고 있다.

 특히 대학에서 SW를 강의할 교수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술변화를 소화하고 흡수해서 가르칠 교수가 없다보니 대학교육이 낡은 교본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요처인 기업과 현장과 괴리감 있는 강의 커리큘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