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분사를 선언한 HP의 PC하드웨어 사업부문을 인수하기 위한 사전 작업 중 하나로, 대만 OEM 기업들과 노트북PC 제조 아웃소싱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국내외 업계에 돌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즈 등 일부 언론들은 23일(현지시각) "삼성이 노트북 컴퓨터 대량 아웃소싱을 위해 콤팔(Compal Electronics), 페가트론(Pegatron Technology), 콴타(Quanta Computer)등 대만 OEM 제조사들과 협의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특이 이 소식통은 이를 근거로 "삼성이 이러한 움직임은 HP의 PC 하드웨어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이미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 같다"는 미확인 주장을 제기했다. 마치 몇년 전 중국 레노보(롄샹)가 IBM PC 사업부를 인수해 순식간에 글로벌 기업의 대열에 합류한 모습을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HP는 연간 4000만 이상 PC를 생산하고 있는데,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만 제조사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다른 어떤 곳도 대만 OEM 기업들만큼 단가를 맞추기는 쉽지 않기 때문.
사실 삼성의 노트북은 이미 모두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이번에 대만 기업에 노트북 생산 여부를 타진한 것이다. 게다가 삼성은 최근 대만 OEM 기업들을 한국 본사로 초청해 대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이 PC 제조 비즈니스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명확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가능성 중에 하나가 HP 인수다.
실제로 삼성은 최근 유럽 등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PC 업체 중 하나다. 전 세계 PC 시장은 HP, 델, 에이서, 레노버, 애플 등이 경쟁하고 있는데, 이 중에 1위 업체인 HP를 인수하면 단숨에 1위 사업자가 된다.
전문가들 역시 삼성이 HP의 하드웨어 사업부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일단 삼성이 PC에서 못만드는 건 중앙처리장치(CPU) 뿐일 정도로 사실상 부품 자급이 가능하다. 따라서 가격 경쟁력이 탁월할 수 밖에 없다. 규모의 경제 구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한 단숨에 세계 1위 PC 기업으로 등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의 레드오션 경쟁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이 웹OS 하드웨어 사업부를 포함해 인수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정체 상태인 PC산업만큼이나 모바일 특허가 중요해짐에 따라 관련 사업부도 함께 인수해 특허 방어에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은 공식 부인 = 이와 관련 삼성전자 최고위 관계자는 23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달 초 삼성전자가 HP PC사업부문의 인수를 고려하면서 대만 OEM 업체들과 접촉했다`는 한 외신의 보도에 대해 "HP PC사업부문을 인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그 보도를 확인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최근 대만 업체들을 만난 적이 없다"며 "HP PC사업부문을 인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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