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전쟁, 꺼지지 않는 불씨](상)플랫폼간 사활 건 세력 다툼

 지상파와 케이블TV사업자, 케이블TV와 통신사업자·위성방송, 지상파와 위성방송사업자 등 방송 플랫폼 주체간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SBS와 KT스카이라이프 사례에서는 실제로 지상파 고선명(HD)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방송통신 융합이 가속화하는데 전체 방송광고 시장 규모는 정체되는 현상을 보이면서 경쟁 구도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시청자 권익을 신장시키면서도 방송 콘텐츠 시장을 확대해 기업도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집중 진단해본다. <편집자>

 

 (상)플랫폼간 사활 건 세력 다툼

 (중)플랫폼-콘텐츠 경쟁 구도 심화

 (하)콘텐츠 역량 강화 해법은 무엇인가

 

 지난 4월 말부터 한 달 보름간 수도권에 사는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는 SBS HD 방송을 볼 수 없었다. 며칠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MBC는 KT스카이라이프와 협상 과정에서 6일간 HD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이번에도 같은 우려가 나돈다. 이들간 가입자 수는 비교가 안 된다. 전국적으로 유료방송 가입자 2000만명의 4분의 3이 보는 케이블TV 방송에서 지상파 3사 방송이 전면 중단될 수도 있다.

 ◇지상파-케이블사업자간 해묵은 갈등=24일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꾸린 지상파 재전송 관련 협의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미 지난해 12월 한 차례 협상이 깨졌다.

 지상파-케이블 양쪽 모두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케이블TV 업계가 콘텐츠 대가를 인정하는 대신 송출 대가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결국 논리는 ‘줄게 없다’에서 ‘나도 받을게 있다’로 바뀌었지만 구도상 변화는 없다.

 한 협의체 실무참여자는 “양쪽이 달라진 게 없는데 만나서 이야기한다고 뭐가 해결될까 싶기는 하다”고 토로할 정도다. 오는 30일 서울고등법원은 지상파 3사가 CJ헬로비전에 낸 ‘저작권 등 침해금지 가처분’에 따른 간접강제 신청 심리를 진행한다.

 만약 법원에서 간접강제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CJ헬로비전은 지상파 3사에 각각 1억원씩(법원에서 조정가능) 3억원을 매일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케이블TV 방송사업자는 공동 대응을 약속한 상태다.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지상파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발등의 불을 꺼도 계속되는 문제=당장 지상파와 케이블TV간 문제를 푼다고 해도 불씨는 남아 있다. SBS와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협상에서 1년 단기계약을 맺었다. 내년 계약이 종료되면 또다시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IPTV사업자도 22일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코디마)를 통해 지상파에 제공하는 가입자당 수수료(CPS) 280원 체제가 과도하다는 논평을 냈다. IPTV 가입자가 늘어나면 지상파에 재협상을 요구할 소지가 충분하다.

 ◇통신사·위성방송의 합종연횡과 케이블TV=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가 KT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시장에는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라는 IPTV·위성방송 신종 결합상품이 등장했다.

 케이블TV도 대응에 나섰다. 차별적 규제, 덤핑 영업, 셋톱박스 적합 인증 불비 등 다양한 방법으로 OTS를 공격했다.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공동 대응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근 케이블TV방송협회 차원에서 제4 이동통신 참여 여부가 논의되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업계는 이동통신서비스와 디지털케이블TV 결합상품으로 가입자 출혈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는데다 N스크린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융합 콘텐츠 주도권 잡기 싸움=CJ헬로비전 N스크린 서비스 티빙을 인터넷·스마트폰·스마트패드로 볼 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차이가 있다. 지상파방송사가 각 플랫폼마다 콘텐츠를 차별해서 제공하고 있다. MBC 방송은 전혀 볼 수 없다. MBC에서 자체적으로 N스크린 서비스를 준비한다면 선발 경쟁사에 콘텐츠를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통신사업자의 스마트TV 제조사에 대한 대가 요구가 거세지는 것도 이 같은 추세와 관련 있다. 방송 콘텐츠가 일으키는 트래픽 과부하만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TV 제조사가 콘텐츠에 대한 기득권을 가지는 걸 막는다는 의미도 저변에 깔려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