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트루맛쇼` 효과

 티브이. 음…, 애물단지. 요즘 텔레비전 앞에 앉는 게 잦다. ‘짝’과 ‘나는 가수다’에 푹 빠졌다. 아내와 아이에게 채널 선택권을 양보(?)하고 사는 터라 주말 심야에 인터넷(IP)TV로 프로그램을 불러냈다. 새벽 서너 시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내상이 깊더니만 기어이 ‘본방사수’를 감행했다. 아내와 아이 서슬을 딛고 주문형 비디오(VoD)가 아닌 ‘본 방송을 꼭 보겠다’니 사실 언감생심이었다. ‘짝’을 실시간으로 보려다가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수다’ 경연 결과가 어찌나 궁금하던지!

 본방에 유인된 것은 가수 김건모 때문이었다. ‘나는 가수다’에 나온 그가 ‘불공정한 재도전 논란’에 휩싸인 끝에 명예를 회복하려고 손 떨며 노래하는 장면에 노출된 뒤부터다. 논쟁이 뜨거운 이유를 알아보려 했던 것인데 그만 프로그램에 매이고 말았다.

 문득 방송이 두렵다. 그야말로 흩뿌리는(브로드캐스트) 이삭을 정신없이 주워먹고 있지 않은가. 특히 구조적으로 소유주 이해에 치우칠 개연성이 큰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네 개나 새로 등장할 터라 무섭고 불안하다. 종편 PP가 살아남기 위해 더 자극적인 프로그램으로 유혹할 것 같아 걱정이 태산처럼 크다.

 실낱 희망은 있다. ‘트루맛쇼’와 같은 호루라기다. ‘여기 조작된 방송이 있노라’며 호루라기를 분 김재환 감독에게 찬사를 보낸다. 한국 방송계의 자기 정화 능력을 온몸으로 입증했다. 가짜 손님, 스타의 가짜 단골집, 팔지도 않는 음식 메뉴가 방송을 통해 어찌 포장되는지 내보였다. 음식점과 프로그램 외주 제작사와 방송사가 어떻게 한통속이 되는지 잘 드러냈다. 급기야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뒷돈을 주고받는 장면까지 노출했다.

 ‘트루맛쇼’ 효과가 나타났다. KBS ‘생생정보통’ 같은 생활정보 프로그램이 스스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역 택시 운전사와 함께 진짜 맛집을 찾아가는 게 나왔다. 가짜 손님이 “맛있어요”를 연발하는 천편일률적 맛집 소개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돈으로 흥정하는 거간꾼이 낄 여지를 줄였다. 매우 반가운 자기 정화 노력인지라 기껍다.

 더 깊고 넓은 효과가 필요하다.. 프로그램 외주 제작 환경을 개선할 실마리가 돼야 한다. 방송 밑 도급 구조를 온전히 드러낸 까닭이다. 독립 프로듀서(PD)인 A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4부작 프로그램 제작비로 1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외주(도급)를 준 지상파 방송사업자가 50%를 ‘그냥’ 뗐다. 관례란다. 나머지로 프로그램을 만드니 성에 찰리가 없다. 당연히 프로그램 질도 떨어진다. A는 “지상파 방송사를 위해 앵벌이를 해준 느낌”이라고 자괴했다.

 종편 PP가 이런 구조를 잽싸게 파악해 밑 도급 능력이 뛰어난 프로듀서를 노린다. ‘트루맛쇼’ 같은 호루라기 씨를 말리지나 않을까. 속이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