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증권거래 IT 시스템이 동남아에 이어 중앙아시아 지역을 뚫었다. 단순히 시스템 수출이 아니라 증권 시장 인프라 수출이라는 점에서 국내 금융업계의 이 지역 진출에도 힘이 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KRX·이사장 김봉수)는 우즈베키스탄 국유자산위원회와 23일 증권시장 IT시스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우즈베키스탄 카리모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될 만큼 국가차원 주요과제로 평가되고 있다.
거래소는 이번 계약 체결로 우즈베키스탄 증시에 필요한 매매체결, 청산결제, 시장정보, 시장 감시, 주문전달 등 일체 IT시스템을 제공한다. IT시스템 개발은 코스콤이 담당한다. 거래소는 시스템 수출 대가로 우즈베키스탄 거래소 지분을 취득하고 우즈베키스탄 거래소 운영에도 참여하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내년까지 진행, 201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거래소는 이날 중앙아시아 최대 자원부국인 카자흐스탄 증권시장 현대화 프로젝트에 컨설팅 서비스 제공을 위해 카자흐스탄 거래소와 양해각서(MOU)도 교환했다.
특히 카자흐스탄 프로젝트 MOU는 해외 거래소와 경합해 수주한 것으로 이 시장 증권시장 현대화 프로젝트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황정호 한국거래소 우즈벡사업팀장은 “우즈벡은 지난 1994년 거래소가 개설됐지만 시가총액 규모를 알 수 없을 만큼 거래가 부진하고 시스템이 불완전하다”며 “이번 프로젝트로 시스템 개선과 함께 거래소가 관련 법령 개정을 컨설팅하면 시장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벡 프로젝트 외에도 거래소 해외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라오스 증시 가동을 주도했고, 내년 1월 개장할 캄보디아 증시도 한국거래소 시스템이 장착됐다. 한국거래소는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에 IT시스템을 수출한 것을 비롯해 우즈벡, 카자흐, 미얀마, 아제르바이잔 등의 증시 현대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우즈벡 프로젝트가 성사됨에 따라 향후 국내 금융업계 해외 시장 진출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실제 거래소가 시스템을 수출한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선 각각 13개와 1개 증권사가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 해외 지점도 늘어나는 추세다. 20개 증권사가 14개국에 진출, 90개 해외점포를 운영 중이다. 1년 새 7개 점포가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19개로 가장 많았고 홍콩이 16개 등 아시아지역 점포가 69개사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6.7%에 달하고 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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