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글로벌 인터넷기업들의 ‘무덤’이다. 2000년대 초 선발 원정대로 나섰던 야후는 중국에서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바통을 이어받은 구글과 이베이의 체면도 중국에서는 말이 아니다.
올해 초 새로운 트렌드로 무장한 그루폰도 원정대를 자처했다. 단기간에 세계 1위 소셜커머스업체라는 지위를 확보하고, 최대 시장인 중국 사냥에 나선 것. 하지만 중국 인터넷시장은 포털 시절보다 더 철옹성이 돼 있었다. 6개월도 채 못돼 사업 축소설이 파다하다.
그루폰은 중국 1위 게임업체 텐센트와 손잡고 조인트벤처 ‘가오펑닷컴’을 설립해 중국 공략에 나섰다. 현재 성적은 중국 내 8위. 가오펑이 그루폰 전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1%밖에 되지 않으며, 월간 방문자수는 1위인 라쇼우닷컴의 30%에 불과하다. 시장진입 초기라지만 글로벌 1위 소셜커머스업체라는 명성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외신들은 24일 가오펑이 탕산을 포함한 주요 지역 사무실을 닫고, 직원 수백명을 해고했다고 전했다. 해고 인원은 400명 남짓으로 추산된다. 가오펑 측은 “사업 전략 변화에 따른 것이지 중국에서 사업 축소는 아니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언론들은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글로벌 기업이 중국 시장 진출에서 고배를 맛본 사례는 그루폰뿐만이 아니다. 2005년 중국 진출을 공식화한 구글은 토종기업 바이두에 밀려 시장 점유율 17~18%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검열 강화로 검색 서버를 홍콩으로 옮기면서 그마저도 줄어드는 추세다.
2007년 중국 시장에 발을 디딘 이베이는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닷컴에 밀려 급속히 시장점유율이 줄었다. 최근 새로운 전략으로 중국 시장 재진입을 노리지만 알리바바그룹의 견제로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초기 중국 시장을 공략한 야후는 이미 사업권을 토종기업인 알리바바에 넘겨줬다.
컨설팅업체 애드페이스의 탕 신 산업씽크탱크 매니저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잇달아 중국 시장에서 고배를 마시는 이유로 자국 기업들의 선전과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꼽았다.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서비스들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의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모델을 본 딴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지리적·문화적 특성을 가미해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6억명의 이용자를 가진 페이스북이 중국에서는 렌렌, 카이신001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 역시 주요한 원인이다. 탕 신은 “중국 정부는 해외 기업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의 정책과 반대되는 엄중한 통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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