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가 일본 신용등급을 한단계 강등했다. 재정 적자와 부채의 증가, 대지진과 원전 사고, 정치 불안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일본 금융시장은 약간 요동이 있었지만 뜻밖에 차분하다. 강등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현지 신용평가회사도 이미 강등 가능성을 점쳤다. 무디스도 사실 올 초 발표하려다 대재앙에 시점을 늦췄다.
일본 실물경제 위축이 걱정된다. 일본 정부의 재정 지출을 움츠리게 한다. 일본인 소비도 덩달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보통신기술(ICT)업체들은 최근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말 두려운 것은 유럽과 미국을 거친 재정과 금융 위기, 실물경제 위축이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조짐이 보인다. 중국이 그렇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인플레이션 억제와 지방 정부의 부채 증가에 대응해 긴축 정책을 편다. 일본 신용등급 강등이 중국 정부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 인플레이션까지 빚은 중국 소비도 둔화할 것이다.
우리 ICT업체들은 유럽과 북미 수요 둔화가 예상되자 신흥시장을 안전판으로 삼았다. 남미가 불안한 상황에서 중국 등 아시아 소비 위축까지 되면 정말 내수 외엔 답이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최근 정부와 가계 부채 모두 느는 상황이다. 경기 위축 때 가장 먼저 줄이는 소비가 ICT 제품과 서비스다. 최근 ICT 수출 대책에 골몰하는 정부는 내수까지 걱정할 판이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각종 규제로 그나마 활성화한 ICT 시장마저 위축시킨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강등될 일이 없다고 밝혔다. 그래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무역이 촘촘히 연결된 글로벌 경제에서 우리만 위기를 피했다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글로벌 관점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수출과 내수 진흥책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