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팹리스업체 미디어텍은 지난 2009년 매출이 4조원을 돌파했다. 한국 전체 팹리스업체 매출 1조원을 합친 4배 규모다. 벤처기업에 불과하던 미디어텍의 성장은 지난 2008년 아날로그디바이스의 모바일사업부를 인수합병(M&A)하면서부터다. M&A로 GSM 베이스밴드칩을 생산하자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츠는 아예 관련 사업을 접었다.
# 지난 1993년 수입장비 판매대리점으로 시작한 중국 화웨이는 세계 3대 통신장비업체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미국 경영지 ‘패스트 컴퍼니’가 선정한 글로벌 혁신기업 순위에서 시스코(17위)와 IBM(18위)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5위에 올랐다. 화웨이의 급성장은 지난 2007년 미국 스리콤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M&A를 통한 규모의 경쟁에서 차이완 기업에도 추월당하고 있다.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에 도취되고, ‘순혈주의’로 대변되는 전근대적 폐쇄 경영을 고수한 결과다.<관련 기획>
대만 스마트폰업체 HTC는 지난 7월 미국 그래픽카드업체 S3그래픽스를 인수한 데 이어 이달에는 프리미엄 헤드폰업체 비츠일렉트로닉스 LLC 지분의 51%를 3억달러에 매입했다. 삼성전자·LG전자와 치열한 스마트폰 경쟁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중국 업체들의 빅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휴대폰 배터리업체에서 전기자동차 기업으로 변신 중인 BYD는 지난해 일본 대형 금형업체 오기하라의 공장을 아예 사들였다. 미국 비즈니스위크는 이를 계기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세계 100대 IT기업’ 순위에서 애플을 제치고 BYD를 올렸다. 태양광 기업 LDK는 2009년 7월 이탈리아 태양에너지 솔루션기업 SGT의 지분 70%를 매입했다. 가전유통기업 쑤닝은 2009년 일본의 라옥스, 2010년 홍콩의 시티콜을 각각 인수했다.
레노버는 이에 앞서 지난 2005년 IBM PC사업부를 인수해 세계 3대 PC업체로 급부상했다. 최근에는 HP가 분사하기로 한 PC사업부 인수 유력 후보로도 떠올랐다.
우리 기업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폴란드 아미카 가전공장, 올 1월 네덜란드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기업 리쿠아비스타 등 3~4건의 해외 M&A를 추진했지만, 모두 소규모에 그쳤다.
지식경제부가 집계한 지난해 상반기 세계 M&A 5062건 가운데 한국기업의 M&A는 241건으로 전체 4%에 불과했다. 해외 M&A건수로는 38위로 세계 12위 교역국가에 걸맞지 않은 수치였다.
한국 기업이 M&A에 소극적인 원인은 △폐쇄적인 기업문화 △성공사례와 경험 부족 △부족한 현금 자산 등이 꼽힌다. 폐쇄적인 기업문화는 그나마 시도했던 M&A가 모두 실패로 끝나면서 더욱 강화됐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990년대 각각 미국 PC업체 AST와 TV업체 제니스를 인수했지만, 핵심 인력이 모두 빠져나가는 좌절을 경험했다.
하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한국기업은 대부분 전문인력과 과거 성공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M&A 추진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현재 글로벌 M&A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중국 신흥기업들도 결국 시행착오를 거쳐서 현재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2009년 10대 산업진흥정책’에 M&A 지원 방안을 대거 포함시키면서 중국 기업의 M&A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차이완 IT기업 M&A사례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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