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사업에 뛰어든 중소발전사업자들이 금융권의 외면을 받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RPS의 핵심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공급할 이들의 사업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어 내년으로 예정된 제도 시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25일 신재생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 신재생에너지 발전업체들의 태양광·풍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금융권 대출 요청이 거절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발전소 건설을 위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투자가 어려운 중소기업은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금융권은 RPS 사업의 경제성 판단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대출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된 이유는 내년이 RPS 시행 첫해로 REC 가격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REC 상한가만 35만원으로 정해놨으며, 세부 가격은 시장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RPS는 REC 거래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REC 가격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경제성 판단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풍력업계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스 대출 협의 시 은행은 보통 투자비 회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원한다”며 “REC 가격을 시장에 맡기기로 한 만큼 지금은 아예 기준이 없어 대출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신재생에너지발전소에 대한 대출을 평가할 때 기존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때와 같이 투자비 회수에 대한 확신이 없고, 이는 대출 거부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국민은행·기업은행 등 녹색사업에 적극적인 은행들도 RPS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지원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중소 발전사업자들은 내년 RPS가 시작돼 REC 가격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 손 놓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박대규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장은 “시장에 맡겨진 REC 가격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권·회계법인 등 전문기관들이 적극 REC에 대한 가치를 평가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