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에 따라 수급 조절이 원활하지 못한 지금의 농산물 생산과 유통은 분명 변화가 필요합니다. 농산물 생산에 첨단 IT를 접목해 ‘식물은 땅에서 재배한다’는 고정 관념을 바꿔나가겠습니다.”
지난 7월 설립된 식물공장시스템 기업 애그로닉스의 주종문 대표(41) 얘기다.
애그로닉스는 ‘식물공장’을 화두로 급부상한 농업+IT 융합 기업이다. 목적은 농산물 재배에 첨단 IT를 접목, 시스템화하고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시켜 나가는 것. 주 대표와 오토닉스, 건양ITT, 명세CMK 등 부산 지역 제어계측, 자동화기기 업체 대표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자로 참여했다.
회사명 애그로닉스(Agronics)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 농업)와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 기계·전기·전자 융합공학) 단어를 합성해 만들었다.
주 대표는 “미래 농산물 재배방식으로 떠오른 식물공장 기술 노하우를 축적하고, 단계적으로 식물공장 설비와 운영시스템, 중소형 식물재배기기 등을 개발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가 농업IT와 식물공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 온라인 농산물유통 기업에 연구직으로 근무하면서부터다.
그는 “수요는 일정하지만 날씨 등 환경 변화에 따라 공급 여건이 달라지는 농산물 생산·유통을 전자상거래 시스템으로 안정화시켜 보려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시간 농산물 부족 지역과 남는 지역을 파악해 수요공급을 조절해나가는 방식이다. 이 때 현장 경험을 살려 ‘농산물 유통 효율화를 위한 전자상거래 통합시스템 구축 방안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도 받았다.
하지만 이 시도는 급격한 환경변화까지 뛰어넘을 수 없었다.
부산의 경남정보대(산업공학과)에서 산학협력전담교수로 활동하던 중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농업IT가 정부와 산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알고 지낸 몇몇 지역 기업 대표들은 이 분야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주 대표는 “식물공장 등 농업IT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 한번 놀랐고, 이미 여러 기업이 식물공장 시스템을 제작·운영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랬다”고 말했다. 이 과정 속에서 1년 전 부산벤처기업협회에는 애그로닉스연구회가 만들어졌고, 그는 간사로 활동하면서 이번 애그로닉스 설립을 주도하게 된다.
주 대표는 “오는 2014년에는 농업 생산 분야에서 서서히 변화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정부 기관의 식물공장 재배 메뉴얼이 완성되고, 크고 작은 식물공장이 보급되면 농산물 생산과 유통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정적인 먹거리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저는 식물공장에서 우리 농업과 농업IT의 미래를 발견했습니다.” 교수직을 박차고 기업 대표로 새 출발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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