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카자흐스탄에 대규모 석유화학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석유화학 시장에서 중동·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LG화학(대표 김반석)은 카자흐스탄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KPI’와 합작을 통해 아티라우 특별경제구역에 총 40억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생산 공장을 구축키로 합의했다고 25일 밝혔다. 내년부터 투자에 착수해 오는 2016년 양산에 들어가면 연산 에틸렌 84만톤, 폴리에틸렌(PE) 80만톤 규모의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LG화학은 이날 카자흐스탄 대통령궁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구본무 LG회장,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다우렌 예르더베이 KPI 이사회 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합작계약 서명식을 가졌다.
합작 생산 공장은 LG화학과 KPI가 각각 50%의 지분으로 연내 설립될 예정이다. 총 40억달러의 투자 금액 중 양사가 각각 6억달러를 투입하고, 나머지 28억달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키로 했다. 특히 이번 합작 계약은 LG화학이 공장 건설과 운영, 제품 판매 등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자원 보유국이 합작법인의 경영권을 해외 기업에 위임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LG화학은 본격적인 상업생산 이후 연간 약 14억달러의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반석 부회장은 “이번 투자로 중동과 경쟁할 수 있는 저가 석유화학 원료 기반의 대규모 해외 생산기지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며 “LG화학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합작 생산 법인이 성공적으로 구축,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작법인은 전 세계 6번째 지상 유전인 카스피해 연안 텡기즈 ‘TCO’로부터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된다. 공장이 건설되는 아티라우 지역은 카스피해 북동쪽 연안과 우랄강에 위치한 유럽·러시아·중앙아시아의 교통 요충지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