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될지도 모른다"
미국 굴지의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비틀거리고 있다.
미국 `빅5`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를 3년 전 인수하는 등 급성장해온 BofA가 최근 심각한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다. 미국 금융가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리먼브러더스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BofA의 사정이 얼마나 급박한지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파산 가능성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8월에만 두 배 뛰었다. 지난 23일에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435bp(1bp=0.01%)까지 치솟았다. BofA가 파산할 때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면 4.35%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가도 폭락했다. 23일 장중에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6.01달러까지 추락했다. 다음날 10.95%(0.69달러) 급등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위기의 근원은 주택저당증권(MBS)이다. AIG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BofA에서 산 모기지 투자상품 가격이 과대 포장됐다며 BofA를 상대로 100억달러 소송을 내면서 악재가 불거졌다.
BofA는 2008년 인수한 자회사 컨트리와이드의 주택담보증권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다른 기관투자가들과도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말 85억 달러를 내는 선에서 합의했으나 뉴욕주 검찰이 전면 재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158년의 역사를 지닌 리먼브러더스가 수천억 달러의 MBS를 감당하지 못해 2008년 9월15일 파산했다. BofA가 MBS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제2의 리먼 브러더스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5일 한국투자증권이 확보한 작년 11월 자료를 보면, 미국 대형 은행들이 1천340억 달러 규모의 MBS 관련 위험을 지고 있으며 이중 BofA의 예상 손실액이 352억 달러로 가장 컸다.
BofA가 최근 국외 카드 사업부문과 대출 포트폴리오를 매각하고, 감원하는 등 현금 확보 움직임을 보이자 위기설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르면 금주에 JP모건에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 증권사 이다슬 연구원은 "BofA의 상황을 보면 벼랑 끝에 내몰린 모습이다. BofA가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될지도 모른다.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그 잠재적 파장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는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했다.
이 신문은 `BofA가 리먼브러더스의 악령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08년과 달리 BofA가 최악에는 연방준비제도에 달려가서 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어 도산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적어도 자금 조달비용이 경쟁자보다 지나치게 높아져 모히니언 CEO가 밤잠을 못 이룰 정도의 난관이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