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에 `끈기`가 사라졌다

 HP는 애플 아이패드 대항마로 내놓은 ‘터치패드’ 판매가 저조하자 7주 만에 바로 생산을 접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첫 스마트폰 ‘킨’을 48일 만에 단종 시켰다. 구글 역시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합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웨이브’를 77일 만에 중단했다. 화제를 모았던 페이스북폰도 출시 36일만에 철수설이 나왔다.

 24일 뉴욕타임즈는 최근 글로벌 IT 업계에서 ‘끈기’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신제품을 내놓고 시장 반응이 좋지 않으면 이를 반영해 보완·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제품 자체를 포기한다. 특히 경쟁이 치열하고 시장 변화가 급격한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를 할리우드 영화산업과 비교했다. 할리우드는 통상 영화 개봉 주 주말 관객 수에 따라 성패를 판가름한다. 개봉 3일 만에 상영작을 내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IT 업계도 신제품을 출시하고 반응이 뜨듯미지근하면 1~2개월 안에 사업을 접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해 3가지 이유를 들어 분석했다.

 우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 영향이다. 예전보다 공신력이 커진 IT 파워블로거들이 끊임없이 제품후기를 쏟아내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이 내용이 퍼진다. 출시 초기 혹평이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면 이를 만회하긴 쉽지 않다.

 소비자의 ‘바뀐’ 성향도 한몫한다. 예전 소비자들은 선호하는 브랜드가 뚜렷해 어떤 제품이 나오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제품을 사기 위해 밤새 줄을 섰다가도 제품이 맘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만연해졌다는 것.

 기업들 역시 대박 제품이 아닌데도 시장에 남아있게 될 경우, 각종 제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를 절감하는 차원에서 제품의 단종시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MS는 2005년 X박스360를 출시했을 당시 닌텐도 위(Wii)와 경쟁으로 인해 고전했지만 회사 측이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마케팅을 진행했다. 뉴욕타임즈는 ‘그랬기 때문에’ 지금은 가장 성공한 비디오 콘솔게임기가 됐다고 전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