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쌍수 한전 사장 “희생은 나 하나로 끝나야 한다”

29일 정식 퇴임하는 김쌍수 한전 사장
29일 정식 퇴임하는 김쌍수 한전 사장

 9일 공식 퇴임하는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이 정부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소액주주들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과 관련, 연료비 연동제 도입 유보와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25일 김쌍수 한전 사장은 이날 지식경제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지난 3년간 원가절감을 위해 조직통폐합과 청탁 없는 인사 등 투명경영을 진행해 왔다”며 “42년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찰서 문턱을 한 번도 넘은 적이 없었는데 피소를 당한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김 사장은 “후임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업무를 계속하려고 했지만 ‘식물사장’인 지금의 상황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지난주 정부에 사표를 제출했다”며 “(소송 등) 희생은 나 하나로 끝나야 하며 만약 패소하면 정부를 상대로 소송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김 사장 취임 이후 4조5000억원가량 원가절감을 했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률 3~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UAE 원전수출로 45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뒀고 유연탄 등 에너지 자주개발률도 2007년 한자리에서 지금은 40% 이상을 달성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 사장은 지난 달 발표된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는 “정부 주도의 공기업은 적자가 나도 괜찮다는 생각은 아주 위험한 것”이라며 “공기업을 민간기업과 같은 선상에 놓고 적자를 감수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현실화와 관련해 그는 “전기요금은 최소 8~9%가 인상됐어야 구조적인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인상안으로 인해 한전의 부채비율은 올 연말 150%까지 올라갈 것이며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전의 누적적자는 6조7000억원이다.

 취임 후 3년간의 소회도 털어놨다.

 김 사장은 “뒤돌아보면 적자를 흑자로 돌려놓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움이 크다”며 “송전탑, 발전 등 투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공기업이 언제까지 희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7일을 끝으로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29일 퇴임한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