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공공 · 금융권 외면받는 국내 SW,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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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가 소프트웨어(SW)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끌벅적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일각에는 세계 100대 SW기업에 단 하나의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우리나라 SW산업 현실에 개탄한다. 정부도 앞장서 SW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왜 우리나라 SW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일까. 여기에는 많은 이유들이 있다. SW를 도입하는 기관이나 기업이 국산 SW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글로벌 SW기업과 경쟁하지 않는 대형 IT서비스 기업도 우리나라 SW산업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외부 업체에 의뢰해 공공기관 SW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약 78%가 외산 SW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SW는 90% 이상이 외산 솔루션이다. 실제로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서 올해 발주된 16개 DBMS SW 도입 사업 중 대부분은 오라클 유통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전사자원관리(ERP)시스템 구축 사업에는 100% 가까이 외산 SW가 공급됐다.

 ◇모든 정보시스템에 외산 SW 선호 문제=기본적으로 국산 SW보다 외산 SW를 선호하는 것은 제품 성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고성능이 필요하지 않은 시스템에도 외산 SW를 고집한다는 것이다. 정부부처 IT사업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정부 정보시스템은 크게 민감하지 않아 국산 DBMS SW를 도입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외산 SW를 도입하는 이유는 담당 공무원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장애 발생 시 시장점유율이 높은 외산 SW를 도입했을 때와 국산 SW를 도입했을 때 담당 공무원이 져야할 책임은 차이가 난다. 외산 SW를 도입했을 경우는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국산 SW를 도입했을 경우는 도입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은 쉽게 국산 SW 도입을 결정하지 못한다. 실제로 한 공공기관 최고정보책임자(CIO)는 국산 SW 도입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도덕성 공격까지 받았다.

 국산 SW 도입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금융회사도 마찬가지다. 현재 금융회사도 DBMS SW는 대부분 외산 SW인 오라클 제품을 도입하고 있다. 심지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정보시스템이 아닌 일 마감 후 데이터를 주고받는 배치성 정보시스템까지도 모두 오라클 제품을 적용하고 있다. 불필요하게 높은 유지보수 비용만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하나은행은 트랜잭션이 많지 않고 배치성 업무인 증권대행업무시스템에 티맥스소프트 제품인 티베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도입으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대형 IT서비스기업 패키지 SW 개발에 나서야=대형 IT서비스기업이 많은 연구개발(R&D) 비용이 필요한 패키지 SW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것도 국내 SW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현재 국내 IT서비스기업들은 ERP, 고객관계관리(CRM) 등 패키지 SW 개발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 삼성SDS가 자체적으로 ERP SW를 자체 개발했지만 지속적인 버전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특정 영역에 적용되는 패키지 SW도 개발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앞서 은행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어뱅킹 SW 개발에 나서지 않았다. 현대정보기술이 ‘코레뱅크’라는 코어뱅킹 SW를 갖고 있지만 국내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국제회계기준(IFRS), 자금세탁방지(AML) 등 특수 SW에 대해서도 시스템통합(SI) 사업만 추진했을 뿐 SW 개발은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에 SI 사업을 통해 얻어지는 산출물 기반의 프레임워크 SW는 적극적으로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대형 IT서비스기업 3사 모두 금융 개발 프레임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기업애플리케이션플랫폼(MEAP)을 출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국내 대형 IT서비스기업들이 글로벌 SW기업이 진출한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R&D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에 시장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형 IT서비스기업들이 올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130%까지 R&D 예산을 늘렸지만 최대 1200억원에 불과하다. 이 예산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의 R&D를 추진하기는 역부족이다.

 ◇국내 SW기업 노력 부족=국내 SW기업 노력도 부족하다. 제품 경쟁력은 차치하더라도 국내 SW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기술자도 양성하지 못했다. SW를 도입하려는 기관 및 기업이 외산 SW를 선호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가 국산 SW 기술자보다 외산 SW 기술자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SW 도입 기관은 SW 자체 성능보다 적용과 유지보수를 더 많이 고려한다. SW 도입 후 시스템에 맞게 튜닝을 하거나 유지보수를 하기 위해 반드시 해당 SW에 대한 기술자가 시장에 많아야 한다. 그러나 국산 DBMS SW 제품을 다루는 기술자 수는 외산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제품 개발을 너무 방대하거나 경영진의 부도덕함도 세계적인 SW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저해 요인이다. 한때 국내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티맥스소프트, 핸디소프트, 한글과컴퓨터 등이 그러한 사례들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표>올해 주요 공공사업 DBMS 사업자 선정 현황

자료:나라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