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을 겨냥해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한중일 3국의 국제 표준화 활동이 본격화됐다. 동북아 3국을 합치면 전 세계 PCB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PCB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KPCA, 회장 박완혁)는 일본 JPCA 및 중국 CPCA 협회와 함께 지난 6월 ‘전자회로기판 표준 협력 협의체’를 결성한데 이어 향후 국제 표준화 활동에 적극 협력키로 최근 합의했다고 28일 밝혔다. 3국 PCB 협회는 오는 10월 중국 둥관에서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중일 전자회로 표준화 전문가 회의’를 갖기로 했다. 지난 6월 한중일 3국이 차세대 PCB 관련 국제 표준화 작업에 공조하기로 한데 이어 표준 협력을 위한 본격적인 후속 작업이다. 이미 세계 PCB 시장에서는 동북아 3국이 전체의 64%를 차지할 만큼 중심지로 부상했다. 한중일 3국 표준 협력이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한중일 3국 표준화 공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일본에는 기술 경쟁력, 중국에는 가격 경쟁력이 각각 뒤지며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오는 10월 표준화 전문가 회의에서는 한국이 임베디드 PCB 테스트 규격과 잉크젯 전자회로의 접착력 테스트 규격 등 두 가지 차세대 PCB 기술을 국제 표준으로 제안키로 했다. 일본은 한중일 표준협력 방안을, 중국은 발광다이오드(LED)용 PCB의 안전성 규격을 각각 한건씩 상정하는 정도다. 특히 우리나라는 PCB 산업 역사상 처음 임베디드 PCB 테스트 규격과 잉크젯 전자회로 관련 규격을 국제전기표준회의(IEC) 표준으로 제안한다. 현재 임베디드 PCB 테스트 규격은 IEC 표준화 과정이 진행 중이며, 잉크젯 전자회로 규격은 일본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오는 10월 IEC/TC91 회의에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중국 회의에서는 한중 양국 PCB 산업의 포괄적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교환할 계획이다. 한중 양국 간 PCB 시장통계 정보 공유와 기술 교류, 공동 기술 규격 제정, 공동 전시회 개최 등 다양한 협력사업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KPCA는 일본 JPCA와는 지난 2005년부터 협력을 체결하고 활발한 인적·물적 교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임병남 KPCA 사무국장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이 PCB 기술 규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시장인 한중일 3국의 강력한 공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라며 “향후 동북아 역내 시장 통합을 통해 각국 PCB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